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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방법에 관한 고찰

어제 후배와의 이야기

by 북곰

주말제외하고 간간이 올리는 브런치글 중 어제 쓴 '점심'을 친한 후배에게 보여줬다. 예전 읽었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책'을 보면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 중 자신의 글을 사람들에게 널리 읽혀 피드백을 받는 걸 두려워 말라는 것이 있었다. 후배의 소감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그래서 조금 더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형! 내가 형이 쓴 글을 보고, 글의 논리 정연함에 형이 말하는 모습과의 괴리가 심해서 놀랬어. 글을 보면 형은 정리된 사람인데 그에 비해 말하는 것은 정리가 안된 모습이야. 앞으로 대화에 있어서 글 쓰는 것처럼 조금 더 생각하고 다듬어서 말을 해봐." 생각지 못한 글평에 단순 글쓰기만 생각했던 나는 약간의 혼란을 경험했다.


후배와의 긴 말하는 법에 관한 대화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이 빠르게 회상되고 말로 인해 힘들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누구는 '말 한마디로 천냥빛을 갚는다'라고 하는데 난 말 한마디로 참 많은 오해와 수고를 가져왔고, 심지어 한때는 내 전부라 생각했던 사람마저 떠나버리게 했다.


글쓰기가 단순 재주의 하나가 아닌 이제 보니 내 삶을 다듬는 도구일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제의 많은 소회를 내 앞에 컴퓨터가 있었다면, 퇴근시간이 조금 더 길었다면 갑자기 피어오르는 심상을 정리했을 텐데.... 다음날 아침, 어제의 조각난 기억을 뒤집어 정리하려고 하니 아쉬워 아쉽다.


한번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두 번째도 같은 실수를 하는 건 '바보'라고 한다. 이렇게 적고 예전을 뒤집어 생각해보니 '바보'가 맞다. 난 두 번이 아닌 계속 같은 실수를 했으니까. 앞으로 나아질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조금 더 주의를 할 거라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 더 많이 다듬어진 사람이면 좋겠다. 흥미와 호기심으로 시작한 이 글쓰기가, 글 쓰는 재주를 올리고 싶다는 맘이 내 삶도 올려줄 것 같다. 그래서 지금 그냥저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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