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곰! 표류기 -필리핀 보홀-

북곰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표류하다.

by 북곰

"오빠! 우리도 남들처럼 해외 한번 가봐요"

"응? 우리가 무슨 돈이 있다고 해외를 가는 건가.... 그건 다 sns가 만든 허영심이네"

"참말로 당신은 쪼잔한 넘이네요"

"확 마~현명한 남자라고 해야지...."

휴가철이 되자 나의 뚱뚱한 아내가 성화를 부렸다. '해외여행 가면 돈 많이 드는데.... 한데, 저 뚱뚱한 친구가 엄청 땡깡을 피울 것 같단 말이야.... 흠 어떡하지....' 여러 고민을 하다가 '그래 한번 가보자.... 해외 가서 경험하고 그걸로 글 쓰고 그러면 베스트셀러 북곰이 될 수도 있지' 원대한 꿈, 망상을 가지게 되었다. 여러 가지 고민과 함께 목적지가 정해졌는데, 처음에는 '괌'을 생각했다가, '필리핀 보홀'로 결정하였다. 목적지 정할 때 나의 의견은 전혀 없었고, '아, 그렇쿠만 괌은 비싸구만....'이라는 말과 함께 조금 더 경비가 싼 필리핀 보홀로 정했다. 모든 여행 준비에 나는 없었다. 왜냐하면 북곰은 열심히 근무하고, 일하고,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라....'찌질한녀석, 아무것도 아는 것 없는 무능한 녀석'이라는 말을 아내에게 듣기는 했지만, 뭘 알아야 계획도 세우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혹~ 나와 같은 선량한 피해자가 있을까 봐, 여행에 관해 상세하게 잘 적어서 초행으로 해외 '필리핀 보홀'을 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되도록 글을 써본다. 이 대목을 통해 맘고생이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목적지를 정해야 한다. '필리핀 보홀'로 목적지를 정하니까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3박 5일의 일정이 나오고, 그 일정을 토대로 비행기표, 쉴 수 있는 숙소를 정했다. 8월 12일부터 8월 16일까지의 일정이었다. 우리는 아니, 아내가 그냥 알아서 8.12. (화) 20:50 인천출발, 8.16.(토) 7:05 인천 도착으로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비행기표를 예매한 후에 숙소를 정해야 하는데 숙소도 아내가 알아서 정했다. 필리핀 보홀 알로나비치에 있는 '헤난 프리미어 코스트'였다. '여기가 사람들 리뷰도 좋고, 친절하고, 방 깨끗하고, 아침조식도 맛있게 주는 곳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오빠가 수영 좋아하니까 리조트 안에서 하루 종일 수영할 수 있는 수영장도 있어요', '응.... 자네가 알아서 하게. '총명한 구석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희한하게 근무지를 떠나면 더 바보가 된다. 그냥 아내가 알아서 다 해주기만을 기다렸다. 뚱뚱한 친구가 비행기표랑, 숙소를 정해주었기에 모든 것이 다 끝난 줄 알았다. 한데,

"내가 숙소랑 비행기 다 예약하고 했으니까, 오빠는 맛집 검색해 놓으세요"

"엉? 내가 맛집을.... 괜찮겠나?"

"당신도 뭐라도 해야 할 것 아니에요. 나 짜증 나니까 맛있는 집으로 잘 찾아놓으세요"

"...."


뭐랄까.... 뚱뚱한 친구의 박력 앞에 뭐라도 안 하면 정말 앞으로 힘든 삶이 생길 것 같았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할 독자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맛집 찾는 요령을 말한다면 1.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2. 유튜브에서 그 장소를 보면 먼저 여행 간 훌륭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맛집과 그에 대한 평을 보여준다. 여기에 추가로 3. 내가 머무는 '혜난 프리미어 코스트' 근처로 찾으면 여러 맛집 중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을 할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 물론, 지금 결론을 이야기한다면 뚱뚱한 친구는 내가 찾은 맛집으로 가지 앉고 그냥 자기, 아니 지 맘대로 갔다. '그냥.... 그렇다....'


두 번째, 필리핀 보홀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3일 동안 해야 할 일정을 정해야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아니, 뚱뚱한 친구가 첫째 날은 '하루종일 수영'을 정했고, 둘째 날은 '보홀 발리카삭 호핑투어'를 정했고, 셋째 날은 '아름다운 선셋(노을 보는 것)'을 보는 걸로 정했다. 메인 일정이 정해지니까 뭔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저것 계획 짜는 것이 싫어서 그냥 '패키지 투어'를 생각도 했는데, 도저히 무리였다. 3일 연속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하루 종일 강행군을 하는데 '늙은 곰과 뚱뚱한 돼지'가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시 젊어서 여행 가야지.... 나이 먹고 여행하는 건 힘들구만....'


우리는 '자유여행'으로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일정을 만들었다. 물론, 둘째 날 '보홀 발리카삭 호핑투어'는 쉬운 일정이 아니다. 그래서 가장 기운이 넘칠 수 있는 둘째 날에 넣은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가장 힘들지만 보람 있을 것 같은 일정은 중간에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세 번째, 교통, 숙소, 일정이 정해졌다면 이제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할 것들을 계획해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데 '차량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설 발렛업체에 맡기자. '필리핀 입국 시 필요한 서류는 무엇이 있나?' 6개월 이상 유효한 여권, 항공권, 그리고 이 트래블(eTravel) QR코드가 필수다. 여권, 항공권은 아마도 잘 준비할 텐데 이 트레블은 나에게 생소했다. 필리핀 입국 전 72시간 전에 작성할 수 있고, 이것을 작성해야 출국 후 필리핀 공항에서 안 잡히고 바로 통과를 할 수 있다.

"오빠 이 트레블 작성하세요. 참고로 나는 다 작성했어요."

"72시간 남았는데 내가 회사 가서 작성할게. 나는 회사에서 하면 금방 할 수 있다네"

뚱뚱한 친구에게 이야기한 데로 회사에 출근해서 여유 시간에 이 트레블을 작성했다. 공식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작성하는데....'아니 이것 왜 전부다 영어야?' 내용이 전부다 영어로 묻고, 답하는 거라 나 같은 늙은 곰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페이지는 북곰 기본 영어 실력으로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는데, 다음, 다다음 페이지에서 막힐 수밖에 없었다. '아니 나이 든 분들도 필리핀 여행 간다고 하는데.... 그분들 어떻게 이것을 했지?' 필리핀 여행 가신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에게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끙끙' 거리다 뚱뚱한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이 답답하고 무능한 넘아 인터넷에 이 트레블 작성법 검색해서 하면 될 것 아냐' 그러면서 나에게 블로그 주소를 카톡으로 보내줘서 그것을 따라 하니 쉽게 작성할 수 있었다. '하아~영어실력이 되니까 그게 독이 됐구만....', '뚱뚱한 친구가 어찌 나의 깊은 뜻을 알리요' 독자분들은 인터넷에 '이 트레블 작성 방법' 검색하면 아주 쉽고, 편안하게 작성할 수 있다. 북곰처럼 고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럭저럭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인천공항으로 가는 날이 도착했다. 두근거리는 맘을 뒤로 회사에서 조퇴를 한 후 뚱뚱한 친구를 데리러 회사 앞으로 갔다. 주차공간이 없어 회사 뒤편 음식물 쓰레기통이 모여있는 곳에 차를 주차하고 아내를 기다렸다. 회사 뒤편 골목에 한 명의 뚱뚱한 중년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아내가 캐리어 등을 가지고 회사 뒤편으로 왔다가 내가 아닌 뚱뚱한 중년 남성에게 갔다. 그러더니 방향을 틀어 내 차를 확인 후 내 쪽으로 왔다.

"오빠앙 저기 담배 피우는 뚱뚱한 남자 오빠랑 판박이예요. 오빠인 줄 알고 말 걸었다가 머쓱했네"

"응? 뚱뚱하고 잘 생겨 보이지 않는데 나랑 닮았다는 건가.... 자네는 다 별로인데 안경쓰고 뚱뚱하면 다 나로 착각하는 게 조금 더 별로구만"

환하게 아니, 호탕하게 '껄껄껄' 웃으면서 중년 남성과 나를 가리키는 아내를 보며 친히 귀한 충고의 말을 전했다. 아무리 열심히, 간절히 전해도 닿지 않는 무언가가 세상에는 있기 마련이다. 인천공항으로 네비를 찍고 차량을 출발했다. 인천공항 가는 중에는 크게 별일은 없었지만 폭염인데.... 에어컨에서 뜨거운 바람만 나오는 것이었다.

"아니 왜 이렇게 뜨거운 바람만 나오는 거예요?"

"몰라, 에어컨 가스 다 소진됐나.... 창문 열고 가면 될 것 같구만"

"지금 폭염인데 창문 열면 다 죽어요"

"조금만 참게. 지금은 방법이 없네"

계속 투덜거리는 뚱뚱한 친구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며 '이번 여행 왠지 험난할 것 같다.'라는 불안감이 무럭무럭 생겨났다. 아까 이 친구가 '나는 공항 갈 때가 모든 여행 중 가장 설레고 기뻐요.'라고 얘기를 했는데.... 참으로 앞뒤가 안 맞는 친구라 '꽉'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분명 내가 더 많이 맞을걸 알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창문을 여네마네 여러 우려곡절 끝에 드디어 발렛주차 약속 장소에서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친절한 직원분께 차량키를 맡기고 우리는 인천공항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비행기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