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곰! 표류기 -필리핀 보홀-1일 차 오전

필리핀에서 표류하는 북곰 (응? 여기는 어디인가?)

by 북곰

2025년 8월 13일이 되는 순간 북곰은 한국이 아닌 하늘에 있었다. 하늘나라 갔다는게 아니고(북곰~아직 청춘이다!)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긴 창공에 있었다. 덩치 큰 북곰인데, 비행기 좌석은 초라히 작았다.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는 북곰이라 뚱뚱한 아내에게 창가 쪽 자리를 양보받았다. 비행 중 답답하면 찬바람이라도 맞을까 창가 쪽 자리에 앉았는데.... 생각해 보니 비행기는 창문을 열면 다 같이 함께 간다. 창가로 보이는 운무를 통해서도 도통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깜깜한 밤이라 창가로 보이는 건 풍경이 아닌 불안초초한 뚱뚱한 북곰의 모습뿐이었다. 계속 내 얼굴을 보는 건 창문에 비친 북곰도 곤혹스러워 보여 미리 다운 받았던 유튜브 속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화질이 별로였다. 집에서 저장할 때는 고급 화질이었는데 '비행기모드'에서는 가장 최하급 화질로 보이는 듯했다. 눈의 피로로 보는 건 포기하고 귀로 영상을 들었다. 저장해 놓은 영상이 거진 소진 될 때쯤 필리핀 보홀공항에 도착했다. 북곰은 비행기 탑승 중 가장 긴장하는 구간이 2군데가 있다.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여 무사 착륙 시켜주세요. 아, 아후라 마즈다여, 브라흐마여 부탁드립니다.' 태어난 시간은 알 수 있지만 가는 시간은 알 수 없다. 많은 신을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여러 신을 불렀다. "쿵!!~턱턱~휙휙!"소리가 지나고 비행기에 내려 땅을 밟았다. 필리핀 보홀에 도착했다. 노쇠한 북곰과 뚱뚱한 친구 돼지(와이프)가 함께 이국땅에 섰다.


"크엉~!" 오랫동안 참아낸 큰 기합이라도 터트리고 싶었지만 소심하고 판 깔아주면 조용한 북곰이라....살짝 숨만 들이마셨다. 애타게 기다린 수화물을 챙겨 뚱뚱한 친구와 함께 공항 밖을 나갔다. 멀리 소리 없는 번개가 지나갔고, 하늘에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바닷가 근처를 연상시키는 짭조름한 공기와 살짝 비린 내음, 노란빛 환한 야경이 반겨주었다. 여러 인파가 손에 피켓을 들고 사람을 기다렸다.

"이보게 우리 호텔까지 어떻게 가는가?" 불안한 눈빛으로 아내를 보며 이야기했다.

"쯪쯪 어디 데리고 다니기 부끄럽구만~왜 이렇게 불안한 눈빛이야~! 헤난 프리미어코스트에서 픽업 와 있을 거야. 거기만 찾아봐" 해외 경험이 많은 뚱뚱한 친구는 대수롭지 않은 듯 당당.... 아니 거만하게 콧김을 흥흥! 내쉬고 있었다. 뚱뚱한 돼지 친구의 말에 피켓을 든 사람이 아닌 내용을 봤고 줄 가장 왼쪽에 있던 피켓에 우리 목적지가 있었다.

"오, 여기다." 손가락을 가리키자 피켓을 든 사람이 나에게 "쏼라쏼라~" 하는 것이었다. "엉! 엉? 엉?" 나도 모르게 계속 "엉! 엉? 엉?"만 반복하니 답답했던 뚱뚱한 친구가 픽업하는 사람에게 "왈왈왈~!" 하니, 상대방이 "멍멍~멍!" 하는 것이었다.

"여기 올 사람들 다 모아서 차량으로 이동할 거라고 하는구만~"

'분명 개소리였는데.... 거기까지 대화가 됐다고....' 이국땅에서 북곰은 문화충격을 받았다. 학교에서 배운 기억이 있는데, 직장에 들어갈 때 점수도 필요했고.... 나름 잘했는데.... 머릿속은 온통 '개 짖는 소리'만 들렸다. 이럴 땐 현명한 북곰은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냥 조용히 가만히 뚱뚱한 친구 곁에 찰싹! 붙어있었다. "자네 맘에 안 들면 버리고 가는 수가 있네.... 울며 경찰서 가서 뭐라 뭐라 할지 상상되는구만 낄낄낄"

'네 이년~' 한국이었으면 큰 소리로 위풍당당하게 외쳤겠지만 이국에서는 조용히 침묵할 줄 아는 현명한 북곰이었다. 드디어, 사람이 모이고 우리는 목적지인 헤난프리미어코스트 리조트로 갔다. 밤늦은 시간에 간 리조트였는데 야간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있었다. 한마디도 못하는 나는 그냥 조용히 캐리어만을 지켰고, 아내가 다행히 '쏼라쏼라'해서 숙소로 갈 수 있었다. 옷 등 짐을 정리한 후 발코니 조그마한 의자에 앉아 하늘과, 리조트, 그리고 아래를 봤다. 'ㄷ'자 모형의 건물이고, 숙소마다 마주 보는 대칭이었다. 아래에는 파란색 수영장이 가로등 조명아래 신비한 자태를 보였다. '참 특이하고 이쁘다. 흠.... 여기서 떨어져도 죽지는 않겠다.' 고급스러운 곳에 누추한 북곰이 온 것은 아니지 하는 불안이 있었다. 아름답고 낯선 곳에서 묘한 두근거리는 맘이 무럭무럭 생겨났다. '아~이 두근거리는 맘으로 잠 한숨 못 자겠다.'


"빨리 일어나 뚱땡아~~아침 조식 먹으러 가야 해~"

"으응" 뚱뚱한 아내의 날카로운 소리에 일어났다. 두근거리는 맘으로 한숨도 못 잘 것 같았는데, 기절했다. 시간은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참고로 필리핀은 한국보다 1시간이 느리다.) 옷을 주섬주섬 적당히 입고, 세수를 하고 아침 조식을 먹으러 갔다. 한국에서 아침은 잘 안 먹지만, 숙박비에 포함된 조식을 안 먹는 건 큰 죄악이다. 알로나 비치가 보이는 라 코스타 레스토랑에서 뷔페식으로 조식을 먹었다. 참고로 북곰과 꿀돼지는 3일 내내 조식을 먹었고, 힘껏 노력해 3 접시 이상 먹었다. 먹을 것이 많았고, 맛이었다. 해외라는 이국적인 곳, 아름다운 알로나비치가 보여서.... 아니다. 음식이 맛이었다. 먹을 때 북곰과 꿀돼지는 풍경, 분위기 잘 안 본다. 특색 있는 필리핀 전통 음식은 모르겠지만, 색색이 물든 빵, 식감이 묘한 밥, 크리미 한 계란 요리, 와플, 케이크, 토스트, 치즈, 달콤 가득 타코(?), 이름도 모르는 화려한 디저트 등등 왜 이렇게 맛있는 건지 잔뜩, 잔뜩 먹었다.

"오빠앙 숙소 정말 잘 잡은 것 같아요~너무 좋아요"

"자네 배가 부르니까 기분이 좋아졌구만....나도 기분이 좋네. 껄껄껄!!"

아침 식사를 하고, 숙소로 바로 올라가기에 알로나 비치가 너무 아름다웠다. 고운 모래가 반짝반짝 지천에 깔려 있고, 에메랄드 빛 파도가 솟았다 부서지며 하얀 거품을 만들고, 녹색의 야자나무가 이국의 특이함을 보여주었다. 나와 아내는 말없이 한참을 보고, 또 고운 모래 위를 걸었다. 하이얀 모래를 웅큼 모아 살짝 뿌려도 보고 하늘 위 나는 새를 봐라도 보고 한국에서 오기 전 겪었던 폭염이 아닌 시원한 바닷바람에 내 마음도 여기저기 날아다녔다. 힘껏 뛰고 싶고, 달리고 싶고, 새처럼 이리저리 날고 싶었다. 간절한 맘을 살짝 접고 비치를 따라 걸었다. 바와 음식점이 많았다. 그리고 필리핀 사람도 많았다. 팔찌, 목걸이 등을 보여주며 달러를 외치는 사람, 호핑 사진을 보여주며 다가오는 사람! 잠깐 걷는데도 참 많은 사람이 있었다. 어제 문화충격받은 북곰은 달라져 "No, thank you~~ 노오옹 땡큐~우"를 외쳤다. '일취월장'이었다. 그렇게 잘 걷다가 편의점이 보여서 뚱뚱한 친구가 "오빠앙 우리 페소 50페소, 100페소로 바꿔야 해요. 편의점 가요"

"맞아 맞아! 우리 500페소만 있지. 팁도 줘야 한다는데 가자 가자"

편의점에서 콜라 2리터랑, 산미구엘 맥주 애플, 그리고 치토스 같은 과자를 구매했다. 봉투에 잘 담아 거스름돈을 잘 받았고, 일부 500페소를 바꿔달라 부탁하니 100페소로 생각보다 쉽게 교환해 줘서 감사했다. 숙소부터 느낀 거지만 보홀에 있는 필리핀 사람들은 한국인에게 무척이나 친절했다. 게다가 정말 놀란 건 한국어가 여기저기 보인 점이었다. 마치 과거 한국의 어느 활기찬 해변도시에 온 느낌이 들 정도였다. 자랑스러운 한국사람이라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고 원래도 예의 바른 사람이었지만 한국을 대표한다 생각해 행동에 조심을 기했다. 그렇게 뚱뚱한 친구와 함께 알로나 비치 여기저기 구경하고, 돌아다니고 하다 보니 다리가 아팠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했다. 오후에 리조트 내에서 수영을 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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