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유혹과 조용한 타협의 심리]
심리학자의 시선으로 읽는
[달콤한 유혹과 조용한 타협의 심리]
1. 유혹은 왜 항상 ‘지금’일까?
헨젤은 바보가 아니다
그는 알고 있다
과자를 계속 먹으면
자신이 어떻게 되는지_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과자를 내려놓지 못한다
이것은 단순히 탐욕이나 어리석음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뇌가 가진
아주 오래된 특성을 보여준다
사람의 뇌는
지금 당장의 만족을
미래의 위험보다 더 크게 느낀다
오늘의 달콤함은
내일의 불행보다
훨씬 선명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결과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알면서도 선택한다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의 편한 선택을 하고,
내일의 후회를 알면서도
달콤함을 지금 놓지 못한다
헨젤이 과자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은
우리에게 낯선 모습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해 본 선택의
조금 더 극단적인 모습일 뿐이다
유혹은 언제나
미래가 아니라
지금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2. 타협의 시작
그레텔은 헨젤을 향해 말한다
“난 너와 달라”
하지만 이 말은
조금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다
그레텔 역시
그 집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 다 알고 있다
달콤한 과자의 유혹이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_
다만
그 선택에 반응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한 사람은 유혹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한 사람은 그 유혹에 타협하며
자신의 선택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레텔은 마녀의 집에 남아
과자를 굽는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을 완전히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선택을 바꾸기보다
그 선택을 설명하는 이야기를 만든다
“나는 너와 다르다”
“나는 마녀에게 속지 않았다”
“나는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
“나는 어리석지 않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인지부조화 (cognitive dissonance)라고 부른다
자신의 행동과
자신이 믿고 싶은 모습이 충돌할 때,
사람은 행동을 바꾸기보다
생각을 바꾸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타협은
대게 이렇게 시작된다
처음에는
잠깐의 선택이었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단 한 번의 예외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선택은
‘현실적인 판단’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는다
사람은 자신의 선택 때문에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타협하기 시작한다
3. 가장 두려운 것이 마녀가 아니라고!!
이 이야기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마녀가 아니었다
마녀는 단지
유혹하고, 살찌웠을 뿐이다
그것이
마녀의 방식이다
과자로 만든 집이
유지되는 이유도
마녀 혼자만의 일은 아니다
철장 안에서는
헨젤이 과자를 먹고,
집 안에서는
그레텔이 과자를 굽는다
누군가는
유혹에 넘어가고
누군가는
유혹과 타협해야
비로소 과자로 만든 집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구조는 조용히 유지된다
길을 잃고
배가 고프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순간_
사람들은 옳은 선택보다
지금 당장의 안정을 먼저 붙잡고 싶어진다
달콤한 과자는
그 불안을 잠깐 잊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자로 만든 집은
사라지지 않는다
유혹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유혹을 받아들일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도
과자로 만든 집은
계속 달콤한 냄새를 풍긴다
숲에서 길 잃은
또 다른 아이들이
다가올 수 있도록_
그곳 어딘가에
내가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숲 속 과자로 만든 집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유혹’의 모습일지도 모른다고_
아이들이 길을 잃었습니다
배도 고프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바로 그 순간
달콤한 과자 냄새가 나는 집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생각합니다
그 집은
배고픈 아이들을 속이기 위한
마녀의 함정이라고_
하지만 생각해 보면,
유혹은 늘 그런 순간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 일 없이 평온한 순간에도,
유혹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혹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를 다시 보며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과자로 만든 집이 유지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철장 안에서는
헨젤이 과자를 먹고 있고,
집 안에서는
그레텔이 과자를 굽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유혹에 빠지고,
한 사람은 그 유혹 곁에 남아
자신의 선택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과자로 만든 집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계속 유지됩니다
생각해 보면
유혹은 언제나
이렇게 작동하는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그 안에서
달콤함을 소비하고,
누군가는 그 안에서
그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유혹에 넘어간 사람을
비난하려는 이야기도,
타협한 사람을
판단하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다만
그 집이 어떻게 계속 존재할 수 있는지를
조용히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숲 어딘가에서
이미 그 집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