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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쵸로롱 Aug 29. 2024

독립이 필요한 당신이 이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이 글을 마주하게 된 당신은 독립이라는 단어에 이끌려왔을 거라고 생각해요. 소중한 여러분의 시간을 아껴드리기 위해 화끈하게 먼저 말씀드려요. 앞으로 전개해 나갈 이야기는 일반적인 가정에서 일어나는 안전하고, 순탄한 자리 잡기 이야기는 아니에요. 어쩌면 궁상맞고, 더딘 홀로서기에 대한 이야기예요. 효율적이지도 않은 이야기를 왜 하냐고요? 제가 대신 넘어져봤으니, 당신의 무릎은 한 번이라도 덜 다쳤으면 해요.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인 가이드가 되어보려고요.


"여기에 돌부리가 있으니, 꼭 조심히 와요!"


이른 나이에 독립을 했죠. 사실 독립을 해야만 했어요. 그 이유는 선택할 수 없는 환경적 요소가 가장 커요. 3살 즈음 생모가 집을 나간 뒤로 볼 수 없었고, 중증 알코올 중독의 아버지께 10년 간 경제적으로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오히려 몇 년은 영케어러로 아버지를 돌봐야 했어요. 아빠 대신 아빠의 알코올 중독과 열심히 싸워봤지만, 제가 대신 아빠의 술을 끊어줄 수는 없더라고요. 어쨌든 태어났으니 양육자의 지원이 없어도, 누군가를 돌봐야 해도 저는 잘살아야겠더라고요. 저는 결국 오로지 한 사람으로 살기로 결심했어요. 안타깝지만 저의 눈물 나는 성장배경이 궁금하시더라도, 이 주제에 대해 중점으로 다루지는 않을 예정이에요. 감정에 대한 공유보다는 경험이 가득 담긴 팁들을 주로 드리려고요. 우리는 길을 건너야 하니까요. 상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조금씩은 새어 나올 수 있으니 너무 아쉬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스몰 토크 없는 가이드가 이끄는 투어는 재미없잖아요.


20살 이후부터 부모의 경제적 도움 없이 살아갔던 방법들에 대해 소개해 드릴게요. 20살은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요. 법적으로 성인을 의미하잖아요. 사전적으로 어른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어른은 다 자란 사람인데, 다 자랐다는 게 동물이랑 사람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다 큰 동물들은 스스로 먹이도 사냥하고, 잠자리도 고르죠. 20살 이상의 인간은 어른은 아닌 것 같아요. 학업, 결혼, 육아까지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 현상이죠. 많은 사람들은 부모의 도움 없이 살아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하고는 해요. 대학에 가려면 등록금이 한 학기에 몇백만 원이고, 결혼을 하려면 최소 몇천만 원이 필요하다고들 하죠. 20살 이후로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독립된 어른은 정말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남들이랑 비교하니 조금은 불리하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그렇죠?


그래도 저처럼 야생의 사파리에 던져진 예비 독립러인 당신이 무사히 당신을 위한 삶을 살아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은 글이 여기 있어요. 다큐멘터리를 보면 정글이라도 엄마 사자가 먹이 잡는 법을 주기는 하긴 하더라고요. 조금은 억울하더라도 제대로 양육받지 못해서 힘들 수 있는 당신에게 이 글이 작은 돌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지만, 표준편차에서 벗어난 이들에게 필요한 매뉴얼은 보기 힘들더라고요. 저는 청소년기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았을 때마다 미성년자가 독립하는 방법에 대해 검색을 했었어요. 어디에도 좋은 방법은 나오지도 않았지만요.


우리가 결국 어른으로 잘 자랐을 때, 우린 분명히 가치 매길 수 없는 문제해결능력과 현명함을 얻을 거예요. 독립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거든요. 선택으로 인해 눈물이 나기도 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해요. 그렇지만 이 역경은 당장 젊은 지금은 당장 쓸모없다고 여겨질지라도, 점차 값비싸질 것이라고 확신해요. 희소할수록 귀하게 여기잖아요. 보통 사람들은 갖고 있지 않은 나만의 스펙이 될지도 몰라요. 아마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 독립을 결심하신 분이라면, 지금의 내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혹시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상황을 그저 버티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제 그러지 마세요. 인간은 나는 나로 태어나서 분명한 자아를 위해 살아가야 해요. 본인을 상실시키고 타인을 중심에 두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지옥과도 같아요. 내가 아닌 부모, 가족, 연인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어요. 제가 조금은 살아봤는데, 이 쪽 길은 매우 험난하고 회복에도 긴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자, 이제부터는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거예요. 누가 나를 돌봐주지 않았고, 사랑하지 않았고, 지켜주지 않았을 수 있어요. 이제 내가 나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보아요. 하나씩 성취하다 보면 거센 바람에 점차 대항할 수 있는 튼튼한 내가 될 거예요. 



사진 출처 : Becca Tapert.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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