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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한번 더 바라보기#1

우여곡절 성장기

by 포야와 소삼이

둘째는 아들이였다.


몇해 전 둘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와이프가 임신을 하고 태어난 둘째는 아들이였다.

정말 예쁘고 귀엽게 태어난 아들은 아빠인 나와 정말 많이 닮았다.

퇴근을 산후조리원으로 하고 어머니가 당분간 서울로 올라오셔서 2살 위인 첫째를 돌봐주시고 참 행복하고 감사한 날이 기대되었다.


햐안 피부도 그렇지만 가끔씩 보이는 쌩긋 웃는 표정이 정말 나의 어린시절과 닮았다. 눈은 감고있었지만 손가락과 발가락이 꼼지락대면서 움직이는게 절로 미소가 나오게 하였고, 거칠게 숨을 쉬는거 같은 아이는 의외로 편안해 보였다.


아이가 숨을 쉴때 나는 소리는 후두연화증이라고 했다. 숨을 쉬기위한 기관지가 아직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고 이해했다. 수유하면서 먹을때도 숨쉬면서 '쌔액'하는 소리가 났고, 조리원 분들은 아무렇지 않은듯 소리나는 아이가 누군지 매번 쉽게 알 수 있다고 했다.


집으로 데려와 몇달 후 예방주사를 맞으러 갈때는 가슴에 청진기를 댈때 의사는 둘째가 오목가슴으로 태어났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가슴쪽이 안으로 움푹들어간게 보였다. 어릴 때 수술도 가능하고, 커서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


둘째는 웃음이 참 많았다. 정말 웃는 모습이 귀여워서 12개월~2살 될 때 해외여행을 2번정도 갔는데 스튜어디스분들을 보면 항상 미소를 짓고 웃어서 너무 예쁘다고 안아주고 그랬다. 그런데 말은 좀처럼 하질 않았다.

너무 웃는 그 미소가 엄마아빠의 소리를 듣고 입으로 소리를 내지 못해서 보여주는 신호였을까.


그래도 하루종일 일을 하면서도 집에 오고싶었고, 12~13평되는 좁은 집에 4식구가 살면서도 집에서 아이들과의 삶이 참 행복하다는 것을 매일 느낄수 있었다. 방이 1개였던 것도 있지만 4명이서 한방에 누우면 아이들은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며 잘도 굴러다녔다. 새벽에 출근하려고 일어나보면 거꾸로 자고있거나 아이 둘의 위치가 바껴있는 날이 많아 웃으며 방문을 닫고 나왔던 적이 많다.


어느날 평소 업무중에는 전화를 좀처럼 하지않는 아내가 전화가 왔다.

"둘째를 걸음마시키는데 걸으려 하지않고, 엄마라는 말도 좀처럼 안하고, 손가락에도 힘이 없어......"

"......"

"베란다 물내려가는 소리에 다가가고, 마냥 웃기만하면서, 조금 이상한거 같아......"


이미 난 아내가 한차례 눈물을 흘렸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내는 무슨일이 있어도 나에게 전화를 하는 성격이라서 안부전화같은 건 하지않는다. 조금의 두려움과 무서움, 먼가 잘못되어간다는 생각, 둘째가 어떠한 병을 가지고 있다는 심리적인 상처를 이미 생각하다보니 평소 눈물도 없던 아내에게도 무슨일이 생길 징조라고 느껴졌던 것이다.


'자폐아'라는 말은 많이 들었다. 'ADHD증후군'라는 병명도 많이 들었다. 병원에 검사하러 가야하는데 참 병원가자는 말도 잘 안나온다. 이제 12개월 돌이 지났는데 말이 좀 늦은거 아닐가, 늦게 성장할 수도 있고, 기다리면 될 수도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루에 수없이 하게되었다.


기억이 잘 나진않지만 아내가 보는 눈은 틀린적은 별로 없었던 거 같다. 퇴근 후 돌아와 둘째를 관찰하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어떠한 주변반응들이 있나 살펴보고 했더니 비슷한 점이 있긴 했다. 사실 누구나 다 있을 수있는 현상과 행동이라고도 볼 수 있었지만 둘째에 대한 우리 부부의 생각은 이상한 점이 있다 쪽으로 기울었다.


이때부터 느꼈던 거 같다. 가족이 편안해야 힘든 직장업무도 견뎌낸다는 것을 이때부터 느꼈다. 하나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검색하면서 아니겠지. 아니겠지. 자꾸 둘째와 비교하여 아닐꺼라는 현상만 계속 찾아보고 찾아보고 정상 환경으로 되돌려주기 위한 육아백과사전을 한참을 봤다. 아내는 산부인과 병원의 소견을 받아 대학병원에 예약을 하고, 알지못하는 현실에 일찍 부딪히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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