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장인(육아휴직+직장인)의 첫날이다
육아를 직장으로 표현하는 게 조금 우습지만 나에게는 책임감 있는 업무로서 의미를 갖자고 생각한다.
아이의 등교를 함께했다
연차도 내보고 함께 등원하는 게 정확히 첫날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나의 업무 시작이었기에 신입 육아 업무의 첫 임무는 두 아이 함께 등원이었다
일찍 일어나서(눈이 떠져서)
쌀 깨끗이 씻어서 전기밥솥 동작시켜놓고(많이 해봤고)
주말에 고향을 다녀와하지 못한 밀린 빨래를 돌리고(어젯밤 12시 넘어서 도착하는 바람)
와이프가 출근 준비하는 사이(난 멀뚱멀뚱)
나는 아이들 옷을 꺼내어(보이는 옷 그냥 꺼내어)
아침을 맞이할 상큼한 음악을 블루투스로 재생한 다음(무슨 노랜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핸드드립 커피를 내렸다(마시고 화장실을 갔다)
아이들이 일어나자마자 분주한 아침 전쟁이 시작되었다
가방도 체크하고, 양말도 꺼내놓고, 밥 언제 되나 시간 확인하고
나도 샤워도 할 겸 씻으러 화장실에 갔다(아침에 커피를 마시면 항상 화장실을 간다)
나와서 밥 먹는 둘째 양치해주고, 첫째 옷 입으라고 말하자마자 첫째가 징징거리며 말한다
"내 밥은? 아침 먹어야지~"
아침을 평소에 안 먹던 애가 빵 먹으라고 했더니만 굳이 밥을 먹겠단다 ' 이제 등교할 시간인데..'
왜 안주냐고 난리를 부려서 장조림에 갓 지은 밥과 함께 조금 담아 주었다
"머리 묶어줘, 머리 묶고 학교 가야 해"
'아... 이건 인수인계 못 받은 건데..'
한창 실랑이를 벌이다 머리띠로 합의하고 옷을 입었다
아이들은 익숙한 것처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고 시간이 없어서 얼른 횡단보도를 건넜다.
"나 휴대폰 안 가져왔다"
'아... 충전도 해놨는데 또 안 가져왔네..'
"내 실내화 가방은?"
'아... 문 앞에 같이 나뒀는데..'
이게 내 신입의 모습인가 보다 그래도 신입이 조금 실수하면 넘어가기라도 하지 첫째 딸은 그 자리에서 면박이다
"아빠는 머리도 안 묶어주고, 내 휴대폰하고 실내화 가방도 안 가져오고, 나 학교에서 나올 때 여기 딱 나와있어!"
한바탕 혼이 나고, 둘째도 보내주고 들어오는데
'아내 들어오면 머리묶는거즘 배워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육아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으영차!
결국 딸은 지각을 했고, 나는 오늘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게 되었다. 사람이라면 실수도 하고 해야지 안 그래? 우리 딸?
오후에 있을 딸의 반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