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새벽

날개 없는 천사

by 안개바다

마지막까지 지켜주겠다던 애인도 등을 돌리고 이른 새벽 겨울비까지 내려 흔들릴 때에는 늙은 천사 미스민이 기다리는 목련 여인숙으로 가요.


205호

젖은 신발을 방에 들여놓고 담배를 피워요.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이치는 비를 맞으며 나는 잠시 그대로 있어요.

얼굴에 흘러내리는 비의 파편으로 눈물을 숨겨요.


미스 민이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열어요.

잘 나갈 때에는 손님이 새벽까지 줄을 섰다던가요.

새삼스레 브레이지어 후크를 풀어달래요.

조그만 그대의 등이 너무나 고단해 보여요.

"불은 끄지 마세요. 뭐 이 정도에 수줍어할 여자는 아니랍니다."

짓궂은 그 말씀에 괜스레 무안해져서는 끈적거리는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을 가렸네요.


그대의 성의 없는 키스와 의미 없는 포옹은 상관없어요.

오늘 밤엔 주름진 그대의 깊은 눈을 보면서 내가 사랑을 고백할게요.
그대의 손에서 내 청춘이 거세당한다 해도 오늘 밤엔 거짓 사랑이라도 하고 싶으니까요.


형광등의 양쪽 끝은 지직거리며 죽어가는데, 나는 미스 민의 건조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숨죽여 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