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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선 Jan 12. 2023

마음 비우는 것과 포기하는 것

차이는 뭘까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 마음 비우고 살아!  정말 이기적인 말이다.  


쪽방에 살고 있는 현자가 조언을 한다거나 맨땅에 헤딩해서 자수성가한 이들의 진심 어린 조언이라면 머리를 조아렸을 텐데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충고하는 나의 오래된 친구는 태어나면서부터 나와는  출신성분조차 다른 부잣집 외동아들이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말아먹은 사업이 몇 번은  되는데 그는 아직도 건재하다.

물려받은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아등바등 살지 말고 몸 생각하면서 일해라.'

개뿔, 나는 나답게 사는 건데 그 친구가 볼 때는 하루의 먹이를 구하느라 노심초사하는 것처럼 보이나 보다.

부자 동포들에게 말 같지도 않은 충고를 들으면 헛구역질이 난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뜻은 알겠으나, 나는 아직도 마음 비운다는 뜻은 모르겠다.


포기하는 것과 비운다는 것에 차이는 무엇인지.

그렇게 많이 채울 그릇도 없거니와 작은 용량의 그릇을 채우려 해도 너무 많은 수고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포기하는 쪽을 택한다.

내 능력의 한계를 알기 때문일 거다.

내 능력은 소주잔 하나 채우기에 딱 맞는데 어떻게 커다란 생맥주잔을 채울 수 있을까. 욕심이다.

채운 것이 조금밖에 없으니 쏟아 버릴 때  아깝거나 억울한 일도 없으며 망설일 필요도 없다.

마음을 비운다. 우아하게 포장된 표현은 맞지 않는다. 포기하는 것이지.

포기하지 않으면 일분일초도 열등감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포기하면 밤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도 생긴다.

퇴근길 밤하늘의 별들은 어릴 적 그대로

그 자리에서 반짝인다는 것도 알 수 있으며

포기하면 출근길 지하철역 화단에 피어있는 해바라기의 발육과정도 하루하루 관찰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자유고 여유로운 삶이다.


돈의 노예가 되어선 안돼!

그러기 위해선 돈을 노예로 삼으면 되는데 돈의 노예에서 돈의 주인으로 역전하기엔......

 그럴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돈의 노예도 싫고 돈의 주인은 더욱 될 수가 없으니 완전한 노예해방이 될 때까지 막살지는 않겠지만 대충 살아야겠다. 나 스스로 노예가 됐었다. 자유를 찾는 것도 내 마음이다.


SNS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나만 빼고 모두가 럭셔리한 음식점에서 비싼 음식만 먹는 거 같고 해외여행을 동네 마실 가듯이 간단하게 보이지만

실상 그들의 내면을 보면 정말 여유 있고 쫓기지 않는 삶을 사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설령 그들이 남부럽지 않게 산다 해도 삶의 만족도를 보면 나도 그들에게 꿀릴 게 없다.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산다.

부자 친구 입장에선 비루한 삶이다 말할 수도 있겠으나 예약을 해야만 먹을 수 있는 유명한 초밥집은 아니더라도 시장 골목에서 사 온 가성비 갑인 치킨다리를 뜯으며 아내와 캔맥주 하나씩 들고 막장드라마 주인공 욕하는 것도 뭐 그리 나쁘진 않다. 거기에 얄미운 주인공이 불행하게 된다면 통쾌함은 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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