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 마음 알아?"
마누라가 하는 잔소리 중에
토씨 하나 틀린 게 없다.
내가 하는 추상적인 변명 중에서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 하나도 없다.
오늘도 졌다.
마누라가 하는 잔소리 중에
유일하게 틀린 말이 하나 있다.
'당신이 내 마음 알아?'
알고 있다. 눈빛만 봐도 그 마음 알 수 있다.
다만 아는척하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아느냐 따질게 뻔하기 때문에
귀찮아서 모른 척 외면할 뿐이다.
거래처 사장과 내키지 않는 술을 마시고
어울리지도 않는 아양도 떨면서 계약을 따냈다.
그 덕에 인색한 부장에게 나노급 칭찬도 들었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아
위장은 아침부터 부대끼는데
술 좀 작작 마시라는 마누라 잔소리가 소나기처럼 어깨를 적신다.
'당신은 내 마음 알아?'
나도 한 번쯤은 마누라에게 소리치고 싶다.
하지만 모르길 바란다.
.
.
.
그냥... 모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