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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선 Feb 16. 2023

당신은 내 마음 알아?

아내의 잔소리


"당신이 내 마음 알아?"


마누라가 하는 잔소리 중에

토씨 하나 틀린 게 없다.

내가 하는 추상적인 변명 중에서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 하나도 없다.

오늘도 졌다.


마누라가 하는 잔소리 중에

유일하게 틀린 말이 하나 있다.

'당신이 내 마음 알아?'

알고 있다. 눈빛만 봐도 그 마음 알 수 있다.

다만 아는척하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아느냐  따질게 뻔하기 때문에

귀찮아서 모른 척 외면할 뿐이다.


거래처 사장과 내키지 않는 술을 마시고

어울리지도 않는 아양도 떨면서 계약을 따냈다.

그 덕에 인색한 부장에게 나노급 칭찬도 들었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아

위장은 아침부터 부대끼는데

술 좀 작작 마시라는 마누라 잔소리가 소나기처럼 어깨를 적신다.


'당신은 내 마음 알아?'

나도 한 번쯤은 마누라에게 소리치고 싶다.

하지만 모르길 바란다.

                  .

                  .

                  .

그냥... 모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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