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브런치스토리에 들어왔다. 무더운 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내가 마지막 글을 날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나는 그 사이 취업을 했다는 것이다. 기나긴 취준 생활동안 나는 '취업' 단 하나만 이루면 지독하리만큼 끈적한 이 우울함으로부터 벗어날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우울하고 끈적임에 몸부림치고 있다.
이번에 내가 입사한 곳에서는 기존에 해오던 업무와는 꽤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중고신입이 된 것이다. 한글이나 워드 위주로 다루던 내가 피그마와 슬랙을 다루고, 영상 속 구성을 주로 담당하던 내가 이제는 카드뉴스 기획이나 나라사업에 제출할 제안서를 기획하고 있다. 앉아서 키보드를 두들기는 건 같을지 몰라도 내가 느끼는 차이점은 상당하다. 그래서 걱정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고민이 늘었다.
나보다 8살이나 어린 친구들이 척척 일을 해는 것에서 오는 현타감?
사실 초반에는 현타가 꽤 느껴졌지만 생각보다 쉽게 수긍할 수 있었다. 내가 다른 일을 할 때 그 친구들은 이 일을 해왔을 테니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빠르게 흡수하는 그 말랑한 뇌가 부러울 뿐이다.
그러면 새로운 툴이나 시스템에 대한 어려운?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지금은 꽤나 손에 익어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정도는 할 수 있다. 다만 미감이 없는 편이라 그 부분은 다른 자료를 참고해서 따라 해야 하지만 툴은 배우면 그만이니 문제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담당하는 기관 담당자의 태도?
여기서부터 말이 달라진다.
나는 내가 나름 단단한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은근히 날 무시하고 가르치려는 태도는 무시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임자는 인수인계를 단 이틀(그 마저도 그 기관에 대한 욕이었다.)만 하고 퇴사하였기에 난 전전임자가 남겨둔 인수인계서를 보며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이 기관을 2년 간 담당하면서 총 3명의 퇴사자가 있었다는 점은 최근에 알았다.) 마케팅 관련 업무를 진행해 본 적이 없는 나는 당연히 페이퍼에만 의존한 인수인계가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담당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참고할 사항이 전혀 아닌 것이다. "인수인계 안 받으셨어요?"라는 질문과 나의 요청과 질문이 읽씹 당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지만 본인이 뒤에서 모두 봐주겠다던 본부장(사원 위에 팀장 없이 바로 본부장인 시스템)마저 다른 일로 바빠 나의 방어막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생활이 거의 3주 간 이어지자 나는 또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고 무엇보다... 흥미를 전혀 느끼고 못하고 있다.
'나랑은 맞지 않은 일이다.', '시간 더 버리기 전에 빨리 관둬야겠다.', '시간이 지나도 흥미가 하나도 안 생길 것 같은 업무야.'라는 생각과 '근데 또 새롭게 취업이 안되면 어떡하지?', '이러다가 백수기간이 1년이나 되면 어떡하지?', '다들 이 정도로 힘들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충돌하고 있다. 이 정도 무시와 맨땅에 헤딩은 모두 하고 있는 것일까? 요즘은 정말 매일 울면서 출퇴근하던 나의 20대 방작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서른셋이면 나는 정말 모든지 척척 해내는 사람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축축하게 눈시울을 붉히는 찐따 성인 밖에 되지 못했다.
현실도피 느낌으로 이번 주말 동안 이력서 2개를 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환승이직을 시도해 보려는 것인데 내가 이를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이력서를 내면서도 월요일 출근 후 해야 할 일을 미리 정리해 두려는 애잔한 행동을 시도했다. 그래서 사내 메신저로 들어갔더니 이미 내가 나에게 쓴 메신저로 월요일에 해야 할 일을 보내놓은 것 아닌가. 알고 보니 금요일 퇴근길에 적어서 보내둔 것이다. 이렇게 나는 금요일 퇴근길도, 주말도 마음이 불편한 사람임을 깨달아버렸다.
사실 이런 식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버티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30대의 나는 여전히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며 어리숙하고 똑 부러지지 못한다. 아마 내일도 나라 잃은 표정으로 출근을 할 것이고 바쁘게 일을 하지만 확실한 결과는 내지 못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 것인지, 시간만이 답인 것인지, 아니면 진짜 어떠한 정답이 있는 것인지, 그저 내가 하는 행동이 답인 것인지, 남들의 행동을 따라 해야 하는 것인지...
오늘도 난 일찍 잠에 들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