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부, 멍게, 명부 그리고 명게
현장리더가 시공현장에서 부단히 생각하여야 할 45가지
41) 작업자에게 최악의 현장은
실력이 없는 선임이 부지런한 경우이다.
계량화된 자료와 표준화된 평가 기준이 없는 현장은 멍부 리더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멍부 리더”가 만드는 현장의 피로
건설공사현장에서 작업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상황은 의외로 단순하다. 실력은 없는데 부지런한 선임, 즉 흔히 말하는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 사람)” 유형이 현장을 리드할 때다. 이는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현장의 생산성과 조직의 손익까지 무너뜨리는 구조적 위험 요소다.
현장 리더십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일을 알고 부지런한 리더(명부) - 최고의 유형
2. 일을 알고 게으른 리더(명게) - 효율은 낮으나 큰 해는 없음
3. 일을 모르고 부지런한 관리자(멍부) - 가장 위험
4. 일을 모르고 게으른 관리자(멍게) - 피해는 적지만 성장 없음
이 네 가지를 모두 경험해 본 작업자라면, 가장 피해야 할 유형이 “모르고 부지런한 리더” 즉 멍부라는 사실에 공감할 것이다.
이들은 생산성 개념, 현장 운영 원리, 공정 간 관계, 안전 요구사항 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부지런함을 무기로 ‘지시의 양’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려 한다. 특히 서두르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해라”, “저쪽 먼저 해라”등
겉으로 보기에는 열심히 일하는 리더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지시는 실제 공정 흐름을 무너뜨리고, 생산성과 품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문제는 이런 유형은 스스로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현장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본인이 잘한다고 착각하기 쉽고, 부지런히 움직이니 주변에서도 겉모습만 보고 ‘성실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는 가용성 오류(Availability Bias) 혹은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의 전형이다.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는 대신“나는 최선을 다했다”로 합리화해 버리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회사가 현장 실상과 손익을 파악할 때 현장 리더의 보고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계량화된 분석자료 없이 일방적인 자료를 토대로 “공정에 이상 없습니다”, “일정을 맞추려면 작업자가 더 필요 합니다”와 같은 정성적 보고만 받으면, 회사는 멍부 리더를 능력자로 착각하는 일이 쉽게 일어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재작업이 늘어나고, 불량률이 높아지며, 작업자들은 지치고 반발심을 키운다.
반대로 ‘멍게’, 즉, 현장경영을 모르고 게으른 유형은 작업자에게 편할 수 있다.
사람 좋고 잔소리도 없고 간섭도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으름은 조직의 성장을 저해하고, 작업 품질이나 안전 관리에서도 구멍을 만들 수 있다.
멍게는 피해야 하지만, 멍부보다는 피해가 적을 수 있다.
부지런함은 ‘현장 운영 능력’이라는 기반 위에서만 의미가 있다.
운영능력 없는 부지런함은 오히려 독이 되고, 잘못된 지시가 반복되면 현장은 피로도가 높아지고 생산성은 폭락한다. 작업을 잘한다고, 관리를 잘하는 것, 리더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 다른 능력이다.
회사 입장에서 진정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좋은 결과를 내는 리더를 구분할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현장 운영 능력과 생산성 수준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도구가 없다 보니, 겉으로 보이는 부지런함 - 즉 '보여주기식 행동'이 실제 역량으로 오해되는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진정한 리더십은 부지런함이 아니라 정확한 이해와 올바른 판단에서 시작된다.
계량화된 자료와 표준화된 평가 기준이 없는 현장은 멍부 리더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장의 생산성을 지키는 첫걸음은 능력 있는 리더를 세우는 것, 그리고 그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부지런함이 능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능력 위에 쌓인 부지런함만이 높은 생산성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