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회'와 '순회'의 전혀 다른 결과
현장리더가 공사현장에서 부단히 생각하여야 할 45 가지
43) 배회와 순회가 만드는 작업 리듬
건설공사현장에서 리더의 이동 방식은 단순한 동선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의 분위기와 작업생산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관리 행위다. 현장을 돌아다닌다는 점에서 같아 보이지만, '배회'와 '순회'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배회란 목적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행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배회는 정신적 이상이나 행동 통제의 문제로 설명되지만, 건설현장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난다. 현장 리더가 명확한 계획 없이, 눈과 기억에만 의존해 현장을 돌아다니며 두리번거리다가 눈에 거슬리는 장면을 발견하면, 그 즉시 습관과 직관에 따라 판단하고 개입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작업의 맥락, 공정 흐름, 사전 약속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
이러한 배회형 관리가 반복되면 작업자들은 혼란을 겪게 된다. 언제, 어떤 기준으로, 어떤 지적을 받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작업자는 항상 긴장하고 불안한 상태에 놓이며, "보이면 혼난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 이는 곧 눈에 띄지 않으려는 행동, 작업을 숨기는 방식. 혹은 상급자를 무시하거나 형식적으로만 대응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배회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문화를 조성하고, 이는 생산성과 품질, 안전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순회는 명확한 목적과 기준을 가지고 차례대로 현장을 점검하는 관리 방식이다. 순회는 시간대별로 후행해야 할 업무와 확인 사항을 표준화하고, 이를 리더와 작업자가 사전에 공유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작업자는 "언제 무엇을 점검받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긴장 없이 정해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순회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다. 작업자가 규칙이나 약속을 어겼을 경우에도 감정적인 지적이 아니라, 사전에 합의된 기준에 따라 조언과 수정이 이루어진다. 현장 리더 역시 순회점검표의 순서에 따라 정해진 시간마다 현장을 확인함으로써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항을 점검할 수 있고, 작은 이상 징후도 반복 확인을 통해 조기에 발견해 즉시 조치할 수 있다.
효율적인 순회를 위해서는 시간대별 업무가 정리된 일과표와 점검표의 표준화, 그리고 이를 철저히 지키는 관리자의 태도가 필수적이다. 즉흥적인 배회가 아닌 계획된 순회는 현장을 안정시키고, 작업자에게 신뢰를 주며, 결과적으로 공정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든다.
건설현장에서 리더의 발걸음은 곧 메시지다. 목적 없는 배회는 불안을 남기지만, 체계적안 순회는 질서를 만든다. 생산성은 지시의 강도가 아니라, 관리 방식의 구조화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