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국수는 경주 안강초등학교 부근에 있는 국숫집이다. 면사무소 직원 월급 8만 원 시절부터 국수를 300원에 팔아 40여 년 넘게 영업 중인 노포다.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를 맛볼 수 있다. 곱빼기는 1,000원이 추가된다. 2019년 12월 방문시 잔치국수 가격은 5,000원이었다. 현금 결제만 가능했다.
빨간 바탕에 흰 글씨로 ‘실비국수’라 쓴 간판 좌측에, 냄비에 담긴 국수 그림이 그려져 있고 양쪽 출입문에는 ‘40년전통 할매국수전문’과 ‘실비국수전문’이란 글자가 균형을 맞춰 쓰여있다. 잔치국수를 먹고 나오며 다시 간판을 본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잔칫날에만 먹던 대표 별식”
한식진흥원 ‘맛있고 재미있는 한식이야기’에 따르면 잔치국수는 “마을 잔치 때 모두가 어울려 기쁨을 나누며 먹었던 호사스러운 음식으로 요즘이야 손쉽게 접하고 자주 먹는 음식이지만 예전에는 쉽게 맛보기 힘든 귀한 음식으로 대접을 받았다. 국수가 잔칫집의 대표 음식이 된 것은 긴 면발이 '장수'의 뜻을 담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지만, 귀한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이기도 했다.”라고 설명한다.
자리에 앉아 잠시 망설인다. 메뉴의 선택보단 곱빼기를 시킬까 때문이었다. 잔치국수 보통으로 주문한다.
크기는 작지만, 속이 깊은 양은 냄비에 푸짐하게 담은 잔치국수와 김치를 꽃 그림이 그려진 동그란 쟁반에 올려 내준다. 찬은 김치 하나지만 부족함이 없다. 시큼한 맛이 담백한 국수와 잘 어우러진다.
잔치국수는 가는 면을 삶아 담고 멸치로 우려낸 육수를 부은 후 채 썬 어묵, 겨울 초(유채), 아삭한 무생채, 김, 파, 깨, 고춧가루, 다진양념 등을 고명으로 얹는다.
양념을 섞지 않고 국물을 들이켠다. 간이 심심하고 산뜻하다. 멸치의 감칠맛이 은은하게 혀와 코를 간지럽히며 입맛을 당긴다.
고명과 다진양념을 잘 섞어 소면과 함께 맛본다. 국물이 간간해지며 감칠맛이 풍부해진다. 멸치 기운을 품은 국물과 알맞게 삶아진 매끈하고 촉촉한 면이 술술 넘어간다. 어묵과 겨울 초, 무생채도 어금니에 맞서지 않고 각각의 식감을 뽐낸다.
가벼워진 양은 냄비와 김치 그릇을 식탁으로 옮긴다. 동그란 쟁반 속 꽃이 곱다. 고운 꽃을 가슴에 품는다. 할머니표 잔치국수 한 그릇에 마음마저 후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