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식당은 순천 아랫장 장날(2일, 7일 오일장)만 영업하는 식당이다. 장 보러 오신 분들, 구경 오신 어르신들, 난전 상인분들이 들려 식사도 하시고 밑반찬에 술도 한잔 드신다. 여사장님과 손님 간의 대화에 허물이 없다. 둥그런 쟁반이 가득 넘치게 담아내는 밥상에 시장의 넉넉한 인심이 엿보인다.
푸짐한 시장의 정(情)을 꿀꺽 삼키다
시장식당 미닫이 문을 옆으로 밀고 들어간다. 자리에 앉자 여사장님이 몇명인지 물어본다. 메뉴는 백반 하나라 사람 수만 얘기하면 된다. 뜨내기 홀로 여행객은 작은 목소리로 1명이라고 말한다. 대신 검지 손가락을 펴 꼭 먹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여사장님은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인다. 긍정의 신호는 주방으로 전달된다. 좌측 개방된 주방에서 음식이 만들어지고 상을 차린다.
잠시 후 꽃 그림이 그려진 둥그런 양은 쟁반이 식탁위에 놓인다. 찬이 담긴 하얀 그릇이 양은 쟁반을 빈틈없이 꽉 채웠다. 공기에 가득 담은 뜨끈하고 부드러운 쌀밥에 배추 우거지를 넣은 구뜰한 된장국과 10여 가지가 넘는 밑반찬이 차려진다. 밥과 함께 먹으면 밑반찬이 되고 막걸리와 먹으면 안주가 된다. 주위를 보니 막걸리와 몇 가지 찬에 한잔 드시는 현지 어르신들도 많다.
찬찬히 눈으로 밥상을 훑어본다. 돌김에 소금 살짝 뿌려 구워낸 돌김 구이, 양념간장, 오이무침, 봄동 겉절이, 미나리 무침, 꽈리고추 멸치볶음, 시금치 무침, 나물무침, 갈치속젓, 무김치, 멸치를 넣어 양념한 깻잎절임 등 밑반찬에 작지만 튼실한 조기를 구워 짭짤한 양념장을 얹은 조기구이 두마리가 반찬으로 더해진다. 밑반찬의 간이 조금 짠 편이지만 담백한 밥과 함께 먹기엔 알맞다.
밥과 밑반찬은 모자라면 더 먹을 수 있다. 푸짐한 시장의 정(情)이 담긴 오천원 백반 한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