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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Jan 23. 2024

흔들만들 향과 맛에 취하다

아우라지곤드레밥집은 청주 율량동 럭키3차아파트 앞 골목에 있다.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부부분이 운영한다. 


2인 이상 주문 가능한 곤드레밥이 대표 음식이다. 남사장님이 직접 채취한 나물과 약초, 제철 식자재를 여사장님이 화학첨가제 사용을 절제하여 정성껏 음식을 만든다. 정갈하고 푸짐하게 차려진 상차림이 웬만한 한정식집보다 나은 식당이다.


두부 전골, 돼지 김치찌개는 오전 10시 이전까지 예약해야 하고 토종닭볶음탕, 토끼탕은 2시간 전에 예약 주문해야 한다. 더덕구이와 두부를 독특한 향과 맛의 산초기름에 구워 먹는 산초두부구이가 별미다.


곤드레만드레 향과 맛에 취하다


진한 갈색 느릅나무를 넣어 끓인 물로 목을 축이며 곤드레밥 2인분을 주문한다. 곤드레밥은 주문 후 곤드레나물을 얹어 밥을 짓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나무 식탁에 콩장, 나물무침, 배추김치, 고추지, 숙주나물 무침, 깍두기, 돼지감자 장아찌, 미역 줄기 볶음, 포졸임,생선가스, 매실장아찌, 명이나물 절임, 산초 열매 장아찌, 양념간장, 양념 된장 등 하얀 접시에 담긴 밑반찬들이 먼저 정갈하게 차려진다. 곤드레밥이 나올 때까지 느릅나무 끓인 물과 검은 콩장 몇 개를 집어 먹으며 식욕을 누른다.


이윽고 큰 대접에 담은 곤드레밥은 손님 앞에, 뚝배기에 바글바글 끓는 냉이 된장찌개는 밥상 중앙에 놓인다. 곤드레밥 밥상이 완성된다.


식욕을 좀 더 누르고 식탁 위 밥상을 눈으로 살핀다. 갓 지은 곤드레밥은 곤드레 특유의 향과 진한 푸른빛이 생생하고, 하얀 쌀밥은 윤기가 흐르고 고슬고슬하다. 냉이 된장찌개는 하얀 김에 향긋함과 구수함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식사 전임에도 눈맛과 향이 입맛을 돋운다.


코끝에 닿은 따뜻한 구수함에 숟가락이 제일 먼저 냉이 된장찌개로 향한다. 집된장, 호박, 두부, 냉이를 썰어 넣고 끓인 냉이 된장찌개를 한술 뜬다. 국물은 구뜰하고 냉이는 향긋하다. 건더기들은 된장 맛을 품으며 부드러워졌다. 짭짤한 간은 담백한 곤드레밥과 어우러짐이 그만이다.


곤드레밥은 멥쌀에 곤드레나물을 얹어 밥을 지어 내준다. 하얀 쌀밥과 푸른빛이 싱둥싱둥한 곤드레나물이 어우러진 색감이 곱다. 반지르르한 하얀 쌀밥은 알맞게 차지고, 특유의 향과 구수함이 솔솔 나는 곤드레나물은 야들야들 씹힌다.


곤드레밥을 반으로 나눠 양념간장과 양념 된장을 넣어 비벼 맛을 본다. 참기름, 깨, 파를 넣은 양념간장은 고소함과 짭짤한 감칠맛으로 담백한 곤드레밥에 풍미를 더하고 양념 된장은 구수함을 깊게 해준다.


곤드레나물의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질감, 고슬고슬한 밥, 시간이 만든 깊은 장맛이 한데 뒤섞여 먹을 때마다 입안이 흐뭇하다.


만든이의 수고스러움이 듬뿍 담긴 건강한 밥상은 다양한 색감과 식감, 독특한 향과 풍미를 내며 먹는 이를 기껍게 한다. 몸뿐 아니라 마음마저 흔들만들(‘곤드레만드레’의 제주 사투리)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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