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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반 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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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Jan 22. 2024

노포의 맛은 묵직한 밥 공기로 전해진다

청주숯불갈비는 청주 강내면 행정복지센터 건너편 건물 1층에 있는 고깃집이다. 1985년 개업하여 아들부부가 2대째 대를 이어 운영 중이다.


식당 한켠에 보이는 늙은 호박온화한 1 여사장님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와 친절함이 인상적이다. 겉치레가 아닌 오랜 시간 몸에 밴 서비스 정신이다.


직접 재배한 식자재로 음식을 만들며, 납품받은 한우와 돼지고기를 직접 작업하여 참숯불에 구워 먹게 내준다. 양념 돼지갈비, 생 돼지갈비, 돼지 갈비찜, 삼겹살 등 돼지고기와 육회, 안창살, 갈빗살, 생등심, 꽃살, 특수 부위 모둠 등 다양한 한우 고기도 맛볼 수 있다. 숯불 불고기는 호주, 미국산을 사용한다.


11시에서 15시까지 점심 특선으로 숯불 불고기 정식, 돼지 갈비찜 정식, 갈비탕, 소고기 버섯전골, 떡만두국, 김치찌개, 곰탕, 생콩되비지, 된장 백반 등도 판매한다. 삼계탕은 예약해야 맛볼 수 있다.

  


지인은 된장 백반을 나는 미리 봐둔 생콩 되비지를 점심으로 주문한다. 상호가 적힌 하얀 자기 속 물로 목을 축이고 있으면 밥과 밑반찬을 정갈하게 차려준다.


뚜껑을 덮은 스테인리스 공기가 묵직하다. 공기 바닥에 27종, 오복, 소(小)란 글씨가 보인다. 일반 스테인리스 공기와는 다르게 두껍고 속이 깊다. 드물게 보는 밥공기로 손님들이 먹는 동안 따뜻한 밥을 먹게 하려는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묵직하게 전해진다.


뜨끈함이 오롯이 전해지는 뚜껑을 연다. 윤기가 흐르는 쌀밥 위로 뜨거운 김이 훅 끼치며 은은한 구수함이 코를 자극한다. 한술 떠 맛을 본다. 적당히 찰지고 씹을수록 단맛이 돈다.


노포의 맛과 정성을 맛보다


생콩 되비지 찌개는 두부 찌꺼기인 비지 대신 생콩을 갈아 집된장, 배추, 소고기, 버섯 등을 넣어 뭉근하게 끓여 내준다.


국물과 건더기를 떠먹는다. 구수함이 깊은 집된장 국물 사이로 투박하게 간 생콩이 살강살강 씹힌다. 식감이 재미있다. 콩 맛이 비릿하지 않고 고소함이 그윽하다. 잘게 썬 배추는 부드럽고, 소고기와 버섯은 졸깃한게 각각의 맛과 식감으로 생콩과 어우러지며 생콩 되비지 찌개를 완성한다.


하얀 접시에 깔끔하게 담겨 나온 밑반찬도 밥에 곁들여 먹는다. 찐 호박은 달금하고, 단단하게 씹히는 총각무는 시금하다. 데친 얼갈이배추는 담백하고 찐 고추는 매곰하다. 무·도라지 무침은 사각사각 씹히는게 얼큰하며, 해파리 무침은 오돌오돌 새금하다. 궁채 장아찌는 아삭아삭 짭짤하고, 노란 고물을 입은 찐 고구마는 부드럽고 달큰하다. 얇게 썬 무절임은 기분 좋게 시다.


수수한 식자재에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양념과 간을 알맞게 맞춘 음식에서 연륜이 느껴진다. 노포의 역사와 손맛을 고스란히 맛본 밥상이다.


식사를 마칠 무렵 여사장님이 만든지 얼마 안된  따뜻한 식혜를 내준다. 만든이의 수고와 정성이 듬뿍 담긴 할머니  수제 식혜다. 기성품의 입에 착착 감기는 얕은 단맛이 아닌 은근하고 뒷맛이 깔끔한 깊은 단맛으로 입안이 기껍다. 달금하고 개운한 맛이 후식으로 제격인 음료다.


두툼한 밥공기에서 전해진 따뜻한 마음은 손품 담긴 식혜로 이어진다. 노포의 정성과 맛을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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