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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Mar 20. 2024

자연을 거스리지 않는 절

구례 화엄사 구층암

화엄사에서 점심 식사 공양 후 구층암으로 향한다. 약간 오르막의 대나무 숲길을 5분 정도 걷는다. 길이 오붓하다.


구층암의 매력은 자연을 닮은  있다. 무엇 하나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 없다. 요사채의 모과나무 기둥은 단연 자연스러움의 으뜸이다. 모과나무를 다듬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가져다 썼다. 천불의 부처가 모셔진 천불보전 앞에 단아한 석등과 배례석, 모과나무가 있다. 복원하지 못하고 듬성듬성 쌓아 놓은, 신라말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3층석탑마저 자연스럽게 보인다.


천연기념물 길상암 백매의 그윽하고 진한 향을 가슴에 담고 찻간을 찾는다. 차를 드시는 분들이 많아 따로 소쿠리에 담아 차를 내주신다. 돌의자에 앉아 산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를 마신다. 계곡물은 보이지 않지만, 물소리가 귀에 흐르며 눈으로 그려진다.


품격 높은 들매화의 향을 떠올리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요사채 문틀 위 '茶香四流(다향사류)'라고 쓰인 편액의 뜻처럼 차향이 오감을 통해 사방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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