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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철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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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Apr 01. 2024

쑥스럽구만?

쑥라면

일요일 점심 너구리 라면을 끓였다.끓는 물에 라면과 스프를 넣어 끓이다, 가리비 젓갈을 조금 넣는다.


불을 끄고 마지막으로 쑥을 한 움큼 넣고 빨간 딸기 한 알도 고명으로 얹는다. 쑥라면이다.


젓가락으로 쑥만 집어 맛본다. 라면 스프와 가리비 젓갈 양념속 짠맛과 감칠맛이 쑥 깊이 스며들어 쑥의 쓴맛은 희미하다. 일부러 얹은 생쑥을 먹으니 쓴맛이 오롯이 전해진다.


국물도 한술 뜬다. 과학의 감칠맛이 또렷하다. 국물에 희석된 쑥의 봄맛을 찾긴 어렵다. 단지 마음속으로  조금 전 맛본 생쑥의 쓴맛을 그리며 위안을 삼는다.


너구리 라면의 졸깃한 면과 양념을 국물에 희생하고 부풀어 오른 가리비살이 쫀쫀하게 씹힌다.


쑥라면에 김장 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묵은지의 시큼한 발효의 맛이 과학의 맛을 누그러뜨린다.


마지막으로 냄비 가장자리로 밀어  딸기를 먹는다. 은은한 단맛과 김치보다 덜한 신맛이 상큼하다. 개운하게 입안을 정리해 준다.


봄의 맛은 과학의 맛과 발효의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푸른색과  식감으로 쑥스러움을 달래주었다. 쑥스럽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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