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증평군 증평읍 송산리에 있는 석조관음보살입상 답사 중 주변에 담배밭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담배꽃이 몇 개 피었다. 여행 다니며 담배밭, 잎, 건조장은 보았지만, 담배꽃은 처음 본다. 짙은 녹색에서 황색으로 바뀌는 담뱃잎 대궁 위에 수줍은 분홍빛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담배꽃이 어여쁘다.
담배꽃은 잎의 성장을 방해하므로, 꽃이 피기 전에 꽃망울을 잘라낸다. 하루빨리 잘라내지 않으면 농사를 망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활짝 핀 담배꽃은 일반인들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나희덕 시인은 ‘담배꽃을 본 것은’이란 시에서 담배꽃을 “주인이 버리고 간 어느 밭고랑에서 마흔이 가까워서야 담배 꽃의 아름다움을 알았다며 버려지지 않고는 피어날 수 없는 꽃” 이라 표현했다.
꽃말은 '그대 있어 외롭지 않네. 고난을 이겨내다' 이다.
담배꽃엔 전설이 전해진다.
한 인디언 소녀가 있었다. 불행하게도 추한 외모로 인해 일생 동안 단 한 번의 연애도 할 수 없었다. 마음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착했지만 모든 남자들이 그녀를 보고 고개를 돌렸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모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했던 인디언 소녀는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삶은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여 가엽게도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그녀는 죽기 전 마지막 말을 남겼다.
“다음 생엔 세상의 모든 남자와 키스하고 싶어요.”
이 소녀가 죽은 자리에 꽃이 피어나니 ‘담배꽃’이다. 소녀의 소원대로 담배는 많은 이들과 키스를 하게 되었지만 소녀의 복수심 때문인지 담배는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소녀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담배를 이젠 놓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