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靑魚)/박두진]
피도 흐르지 않는다
소리질러도 안 들리고,
끊어진 향수의 먼 바다.
하늘에서 쏟히는
쑤시는 햇살의 켜켜의 아픔.
머리도 꼬리도 잘리운 채
피도 흐르지 않는다.
박두진 시인이 수집한 푸른빛이 도는 머리만 있는 물고기 모양의 수석을 보고 지은 수석시(壽石詩) 청어(靑魚)이다.
청어(靑魚)라 이름 지은 수석을 보고 지은 시인의 숨은 뜻이 따로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시 내용만 보면 죽어 있는 청어가 향수의 먼 바다를 그리워하며 머리와 꼬리가 잘린 채 덕장에서 몸뚱이만 햇살에 꾸덕꾸덕 말려지는 청어 과메기의 모습이 연상된다.
과메기는 겨울철에 청어나 꽁치를 바닷가 해풍에 쐬며 얼렸다 말렸다를 반복해 말린 것으로 경북 포항 구룡포 등 동해안 지역에서 생산되는 겨울철 별미이다. 원래 청어를 원료로 만들었으나 1960년대 이후 청어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청어 대신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과메기라는 명칭은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관목(貫目)에서 유래한다. '목'을 구룡포 방언으로 '메기'라고 발음해 관목관메기과메기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김, 미역, 다시마, 마늘, 쪽파, 봄동, 고추, 초장등 감칠맛을 더하는 재료들을 곁들여 먹으면 과메기의 풍미를 더한다.
해풍과 햇살이 키운 겨울의 참맛
해구식당은 포항 죽도시장 안에서 40여년 넘게 영업한 과메기 노포이다. 직접 말린 과메기를 사용한다. 택배 판매를 위주로 해 식당 내부 공간 자리는 넓지 않다. 비릿한 과메기, 신선한 해조류, 새콤 달금한 초고추장의 어울림이 그만이다.
붉은 와인빛이 도는 쫀득한 살과 고소한 기름의 꽁치 과메기다. 참기름, 다진마늘 넣은 새콤 달금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고독고독 씹히는 미역, 시원하고 고소한 배춧속, 알싸한 쪽파, 봄동, 김, 마늘, 고추등을 곁들여 먹는다. 신선한 해조류, 채소와 함께 먹으면 과메기의 비릿함도 잡아주고 풍미도 한층 올려준다. 소주 한잔을 부르는 맛이다.
해풍과 햇살 품은 숙성의 맛
등푸른막회는 청주 하이닉스 기숙사 부근 노부부 두분이 운영하신다. 포항 직송 제철 잡어회와 과메기를 판매했다. 현지 단골분들이 많은 식당이었다. 회와 과메기에 곁들여 먹는 수제 초장과 시쿰한 묵은 김치가 일미였다.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다. 추억은 서슬 푸르게 남는다.
약간의 기름기를 머금은 쫀득하게 잘 말려져 비린 맛은 덜한 고소하고 감칠맛 좋은 꽁치 과메기를 김, 미역, 고추, 쪽파, 마늘, 아삭한 식감의 새금하고 시원한 맛의 삭혀진 묵은 김치와 곁들이거나 새콤, 달짝지근한 초장에 찍어 먹은 후 소주 한 잔 넘긴다. 근심과 피로를 풀어주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