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슈퍼는 이천 양정여고 삼거리 건너편 골목 안에 있는 작은 가게다. 슈퍼마켓에서 중년의 남 사장님이 직접 만든 김밥과 시래기 김치만두 등도 판매한다. 김밥을 주문하면 남 사장님이 밥통 속 밥을 대접에 담아 살짝 간을 하고 김에 밑간한 밥과 속 재료를 넣고 즉석에서 말아낸다.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다. 좋은 음식을 만들던 곳이 사라져 아쉽다.
돼지고기 시래기 김밥을 주문한다. 밥통에서 따뜻한 밥을 덜어 대접에 담고 삼삼하게 밑간한다. 김에 밑간한 밥을 깔고 무청 시래기를 듬뿍 얹는다.
한입 크기로 썬 김밥을 입에 넣고 맛본다. 밥알이 고슬고슬하다. 씹을수록 구수하고 은은하게 단맛도 올라온다. 간이 세지 않고 심심하다. 시래기의 이파리 부분은 촉촉하고 줄기는 졸깃하다. 짠맛 덜한 부드럽게 씹히는 돼지고기 장조림, 신맛 덜한 단무지와 짭조름한 우엉조림이 심심한 밥의 간도 맞추고 풍미도 돋운다. 유부, 당근, 달걀지단 등도 속 재료로 들어간다. 햄, 소시지 등 일반적인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는 보이지 않는다.
플래카드에 쓰인 글처럼 속이 편안하다. 속 재료로만 가득 채우는 김밥과는 달리 밥도 적지 않게 들어간다. 먹고 나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할 정도로 포만감이 느껴진다.
포장해 간 박고지 김밥은 시래기 대신 박고지를 넣었다. 나머지 속 재료는 시래기 김밥과 같다.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밥알은 찰지게 씹히고 얇게 썬 박고지는 사근사근 쫀득하게 씹힌다. 식감이 그만이다. 박고지는 짠맛은 덜하고 기분 좋은 달금함이 좀 더 느껴진다. 속 재료와 밥의 간이 알맞다. 밥과 속 재료도 넉넉한 속 편안한 박고지 김밥이다.
슈퍼마켓에 붙은 플래카드의 글처럼 ‘속 편하고 수수하지만, 맛은 슈퍼(Super)인 김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