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 식해
속초 번지없는주막은 부흥종합철물 안에 있던 대폿집이었다. 몸이 불편하신 주인 할아버지가 만든 수제 막걸리를 맛볼 수 있었다. 내부에 노래방 기기가 있어 술에 흥이 차오르면 노래도 부를 수 있었다.
주인 할아버지께서 2021년 구정때 돌아가셨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할아버지 수제 막걸리와 도루묵 식해는 더는 먹을 수 없다. 하지만 추억 속에 항상 남아 있을 맛이다.
담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도루묵 식해를 맛본다.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도루묵을 꾸덕하게 말려 새콤하고 짭짤한 양념에 버무렸다. 도루묵살이 쫀득하게 씹힌다. 숙성, 발효될수록 주인 할아버지 수제 막걸리 맛을 닮아갈 것이다.
곰삭은 도루묵 식해는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미끈미끈한 진액을 깨끗이 씻어낸 후 꾸덕하게 말려 소금 간한 도루묵에 채 썬 무, 조밥, 고춧가루, 갖은 양념을 넣고 버무려 삭혔다. 만든이의 정성과 수고스러움에 시간의 마법이 더해젔다.
손으로 집어 입에 넣는다. 구수하고 상쾌하다. 시금하고 짭짤한 양념이 배인 아삭한 무와 쫀득한 도루묵살이 어금니를 놀린다. 주인 할아버지 수제 막걸리를 찾게 하는 맛과 식감이다.
막걸리는 주인 할아버지가 직접 담그신다. 피티병 2리터 짜리 수제 막걸리가 주전자에 가득 담긴다.
부드러운 단맛 위에 시간이 만든 신맛이 입안을 은은하게 감친다. 달짝지근한 시제품들과는 다른 깔끔한 신맛이 좋다. 청량감은 목넘김을 부드럽게 한다. 도루묵 식해를 곁들여 먹는다. 둘은 최고의 짝지이다.
번지없는주막 할아버님은 뜨내기 여행객 내장과 머리에 번지를 남기고 떠나셨다. 막걸리와 도루묵식해는 그 번지를 찾아가는 징검다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