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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철의 맛

산뜻한 봄의 푸른 물이 고인다

봄동겉절이

by 바롱이

[봄똥/안도현]


봄똥, 생각하면

전라도에 눌러 앉아 살고 싶어진다


봄이 당도하기 전에 봄똥, 봄똥, 봄똥 발음하다가 보면

입술도 동그랗게 만들어 주는

봄똥, 텃밭에 나가 잔설 헤치고

마른 비늘 같은 겨울을 툭툭 털어 내고


솎아 먹는

봄똥, 찬물에 흔들어 씻어서는 된장에 쌈 싸서 먹는

봄똥, 입안에 달싸하게 푸른 물이 고이는

봄똥, 불똥으로 점심밥 푸지게 먹고 나서는


텃밭 가에 쭈그리고 앉아

정말로 거시기를 덜렁덜렁거리며

한 무더기 똥을 누고 싶어진다


안도현의 시 "봄똥"이다. ‘자장면’이 아니고 ‘짜장면’이라고 해야 더 맛나듯 ‘봄동’이 아니라 ‘봄똥’이라 해야 더 맛깔나다. 봄동은 한겨울 노지에서 바짝 누워 자라는 '납작 배추' '떡 배추'를 말한다. 속이 들지 않고 잎이 옆으로 납작하게 퍼져 있다. 깨끗하게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낸다.


봄동겉절이는 작지만, 푸른 봄기운을 품은 봄동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새콤, 매콤한 양념에 버무린다. 풋풋한 즉석 김치를 맛본다. 아삭한 식감 뒤로 상큼하고 달금한 맛이 이어진다. 입안에 산뜻한 봄의 푸른 물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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