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짜장은 익산 여산시장에 있는 노포다. 1, 6일 여산 장날만 영업한다. 장날 물건 팔러 나온 어르신들, 장구경 온 사람들, 농사일하다 오시는 분들이 식사로 간단히 짜장면, 우동을 시켜 드시는 짜장면집이다. 코로나19 전 짜장면 보통은 2,500원, 곱빼기는 3,000원으로 가격도 쌌다.
짜장면, 우동을 안주로 술도 한잔 드시기도 한다. 시골 장터 짜장면집은 음식점도 되고 대폿집도 된다.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다.
짜장면을 주문한다. 기계에 치댄 밀가루 반죽을 유압식 제면기에 넣어 면을 뽑고 끓는 물에 삶아 낸다. 찬물로 한번 헹궈낸 매끈한 면 위에 검은색 짜장 양념을 붓고 대파를 얹어 내준다. 밑반찬은 시쿰한 묵은김치 하나지만 단무지와 양파가 생각나지 않는다. 탁자에는 고춧가루통과 춘장이 담긴 통이 있다. 기호에 맞게 넣어서 먹으면 된다.
입맛을 다시며 군침을 꼴깍 삼킨 후 거칠고 빨간 고춧가루를 한 스푼 넣고 바라본다. 색감이 곱다. 다시 한번 꼴깍. 입이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다. 잘 섞이게 비빈다. 또 한 번 꼴깍. 내장까지 준비 완료다.
한 젓가락 크게 떠먹는다. 면에 촉촉하게 묻은 짜장 양념이 먼저 입술을 스친다. 달곰삼삼하다. 양념 맛을 즐길 겨를도 없이 어금니는 면을 씹어대고 있다. 순식간이다. 차지고 졸깃하다. 젓가락질은 한 번 더 이어진다. 무의식적으로 나온 침이 뒤섞이며 풍미를 끌어올린다.
세 번째 젓가락질은 살살 짜장면을 헤집는다. 양파, 감자, 돼지고기 등 건더기들이 보인다. 몇 개 골라 먹는다. 다음 젓가락질은 묵은지로 향하고 김치 한 점을 입에 넣어 먹는다. 신맛이 깊고 강하다. 발효의 신맛을 느낀 뇌는 침으로 화답한다.
마지막 젓가락은 묵은지를 집어 짜장면에 올려 면을 감싸 안아 입으로 넣는다. 신맛이 강하게 첫맛으로 스친 후 단맛, 구수한 맛, 감칠맛, 매운맛, 지방의 맛 등과 함께 어우러지며 맛깔남으로 포개진다. 아삭한 김치와 보드라운 듯 차진 면의 식감은 리듬을 타고 맛을 증폭시킨다.
어금니로 음식을 씹었지만, 마음으로 즐긴 시골 장터 짜장면 한 그릇이다. 흐뭇한 맛은 뇌와 장에 추억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