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롱이 Apr 12. 2024

나무 어르신 봄 문안 인사

음나무 할아버지와 모과나무 할머니

청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두 그루가 있다. 청주 공북리 음나무청주 연제리 모과나무이다. 음나무 어르신은 수령 700살이고, 모과나무 어르신은 수령 500살이다.


지난 겨울철에 찾아 뵙고 4월에 봄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다.


모과나무 어르신은 4월 두 차례 찾아뵈었다. 첫 번째 찾았을 때 어르신은 봄을 맞아 산뜻하게 몸치장하셨다. 점박이 무늬 가지마다 연녹색 새순이 돋아나고, 꽃봉오리는 부풀어 오르며 새색시 볼 같은 담홍색 꽃을 수줍게 피우셨다.


일주일 후 다시 찾았을 때 어르신은 수줍게 피우신 꽃들을 땅에 흩뿌려 놓았다. 땅이 연분홍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모과나무 어르신을 찾은 후 음나무 어르신을 뵈러 갔다.  지난 겨울 찾았을 땐 모든 잎을 떨구고 하얀 눈 이불을 덮고 계셨는데, 봄을 맞아 진갈색 몸통과 가지에 연녹색 옷을 말끔하게 차려입으셨다.


주위를 돌아보니 싱그런 풋풋한 잎, 마른 갈색 낙엽, 편평하고 약간 뭉툭한 가시가 나 있는 나뭇가지 등이 보인다. 700살 어르신 세월의 흔적이다.


두 분 모두 건강하시다. 700 음나무 할아버님은 싱그런 연녹색 옷을 입은 멋쟁이 노신사의 모습으로, 500 모과나무 할머님연분홍 립스틱을 바른 수수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 주셨다. 오래오래 사시길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청주의 화려한 봄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