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갱이국의 추억
꿀벌식당은 청주 미원읍내 새마을 금고 건너편 올갱이국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식당이었다. 2020년 처음 들렸다.
1943년생인 할머님이 직접 담근 집된장과 반찬으로 음식을 내시고, 1935년생인 할아버님이 식재료인 다슬기도 잡고 나물, 채소 등도 뜯어 오셔 할머님의 일손을 도우셨다. 두 분 모두 정정해 보이셨다. 환하게 웃으시며 손님 응대하시는 할머님과 다정해 보이시는 할아버님. 금실 좋아 보이는 노부부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식당 출입문 옆 한켠에 할아버님이 다슬기 잡으실때 입는 옷과 도구들이 보였다. 힘들게 다슬기 잡으신 세월의 더깨가 쌓여 보였다.
올갱이국을 주문했다. 할머님이 따뜻한 쌀밥에 파김치, 무생채, 두릅무침, 김치등 밑밭찬과 큰 솥에 끓여둔 다슬기해장국을 뚝배기에 담아 내줬다. 수수한 밑반찬이지만 손품이 들어가 있었다.
올갱이국은 할아버님이 잡으신 올갱이를 삶아 찌꺼기를 버린 맑은 물에 할머님이 담근 집된장을 풀고 속살만 발라낸 옥빛의 존득한 다슬기, 할아버님이 캐 오신 나싱개(할머님이 나물을 부르는 말이다.)라 부른 냉이를 넣어 끓였다.
올갱이를 씹으면 중간중간 모래가 씹히는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올갱이 알(새끼)이라고 했다. 외국산엔 알이 거의 없다고 하셨다.
집된장의 깊고 구수한 맛, 올갱이에서 우러난 쌉쌀하고 시원한 맛, 부드럽게 삶아진 냉이의 연한 향긋함이 섞였다. 오랜 연륜이 만든 깊고 구수한 장맛과 손맛이 담겼다. 식당 상호처럼 꿀맛을 느낀 밥상이었다.
기억을 되뇌여 2023년 다시 찾았다. 출입문은 닫혀 있고 제비 한 마리만 상호 위에 앉아 떠나지 않는다. 옆 농약 집 여주인께 영업 여부를 여쭤봤다. 할머님이 약간의 치매도 오시고 할아버님 연세도 많으셔서 영업하지 않은 지 몇 해 됐다고 한다. 아마도 첫 방문 후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두신 듯하다. 노부부분이 더는 장사는 하시지 않지만, 식당 건물에 거주는 하신다고 한다.
꿀벌식당 간판 위 올갱이국 글씨 '갱'에 제비가 지은 제비집만 덩그러니 보인다. 꿀벌은 없어지고 제비만 남았다. 두 분 모두 건강하길 바라보며 발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