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로 갓 지은 따뜻한 쌀밥에서 하얀 김이 솔솔 오른다. 엇구수한 밥 내음이 식욕을 돋운다. 하얗고, 윤기가 흐르는 밥을 한 술 크게 떠 호호 불어 입에 넣고 꼭꼭 씹는다. 매끄럽게 혀에 감기는 밥알 한 톨 한 톨이 찰지고 탄력 있다.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입안을 감친다.
쌀밥의 구수한 여운을 간직하며 연한 갈색빛의 맑은 기름이 살짝 감도는 소고기뭇국으로 눈길을 돌린다.
소고기뭇국은 물에 담가 핏물을 뺀 소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후 얇게 썬 무와 함께 참기름에 볶은 후 맹물을 붓고 한소끔 끓인다. 약간의 조선간장으로 간을 한다.
건더기와 국물을 함께 떠먹는다.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달다. 참기름의 고소한 맛과 조선간장의 웅숭깊은 짠맛은 담백함을 해하지 않으며 간도 맞추고 풍미도 더해준다.
겨울 초입의 잘 여문 무는 시원함과 단맛을, 특유의 고기 향과 부드러운 듯 졸깃한 식감의 소고기는 은은한 감칠맛을 선사한다.
소고기와 무란 바탕흙에 조선간장과 참기름의 유약이 발라지며 한데 어우러진다. 백자를 닮은 듯 깨끗하고 담백한 소고기뭇국이다.
한식 상의 기본인 국(羹)과 밥(飯)으로만 차린 간동한 집밥이지만, 표현할 것은 다 표현하여 부족함이 없는 밥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