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미탕
노래미식당은 여수 이순신광장 로터리 여수좌수영원조먹자골목 초입에 있다. 50여 년 전통의 향토 지정 노포이다. 식당 상호처럼 노래미탕, 노래미 정식이 대표 음식이자 별미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따르면 '노래미탕'은 여수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 중 하나로, 1970년대 초반 여수 노래미식당에서 개발한 음식이라고 한다.
2013년 이곳을 찾아 노래미탕을 처음 맛봤다. 당시 가격은 만 원이었다. 정갈하게 담은 밑반찬과 하얀 바탕에 푸른 그림이 그려진 사기그릇에 노래미탕을 담아 내줬다. 오래전에 맛보았지만, 좋은 맛으로 기억 속에 남았다.
2013년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찾았다. 식당 외관과 내부 모습이 변함없다. 노래미탕을 주문한다. 깔금하게 차려진 밥과 밑반찬, 노래미탕을 담은 사기그릇도 여전하다. 추억 속 맛의 기대치가 한껏 오른다.
노래미탕은 머리, 몸통, 꼬리로 세 토막을 내 끓인다. 오롯한 노래미 한 마리를 끓는 물에 넣고 끓이다 된장, 간장, 다진 마늘, 고춧가루 등이 들어간 양념장으로 간을 맞추고 두부, 무, 양파, 호박, 대파, 쑥갓 등을 더하여 함께 끓인다.
푸르고 하얀 사기그릇에 담긴 갈색빛 국물을 눈으로 먼저 맛본 후 한 술 떠 입안에 넣는다.
단단한 노래미 뼈에서 우러난 산뜻하고 담백한 맛 뒤로 구수하고 깔끔한 매운맛이 겹친다. 향긋한 쑥 향과 중간중간 된장 콩알이 구뜰하게 씹히며 풍미를 돋운다. 옅은 기름이 입가에 묻어난다. 은근히 고습다.
하얀 노래미 살점을 크게 발라 맛본다. 젓가락에 육질의 탄탄함이 전해진다. 담박하고 씹을수록 고소함이 은은하다.
남은 쌀밥을 국물에 만다. 밥 사이로 국물이 스며든다. 숟가락으로 크게 떠 꼭꼭 씹는다. 된장 국물에 녹아든 노래미 한 마리가 쌀밥 안에서 헤엄치며 내장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뇌의 기억에 더하여 내장에도 노포의 맛을 저장한다.
십여 년 만에 추억의 맛을 소환하였다. 사기그릇도 노래미탕의 맛도 한결같다. 꾸준함을 이어가는 노포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