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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Oct 24. 2023

추억의 빨간 맛 궁금해?

벌교 참꼬막과 홍시

우리식당은 보성 벌교시장 초입에 있었던 도 먹고 도 먹을 수 있었던 초장집이었다.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다. 시장분들과 현지 분들의 대폿집 겸 밥집 역할을 하던 곳으로 시장에서 구매한 식자재를 양에 따라 양념 비용만 받고 음식을 만들어 주던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벌교시장 좌판에서 참꼬막 만 원어치를 산다. 맛보라며 새꼬막도 조금 주신다. 우리식당을 찾는다. 출입문 간판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란 글자 밑으로 빨간색으로 ‘정육점’과 ‘식당’ 이라 쓴 큰 글자들이 또렷하다.


출입문을 밀고 들어간다. 노포의 출입문은 여는게 아니라 밀어야한다. 검은 봉지에 담아 온 꼬막을 드린다. 삶는 비용3천 원이다.


주인 할머님이 끓은 물에 시장에서 산 참꼬막을 넣고 입이 열리지 않게 거품이 날 때쯤 건져낸다. 삶기보단 데치듯 살짝 익혀낸다. 노련한 손짓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알맞음을 아는 손이다. 3천 원으로 연륜맛본다.


대접에 삶은 꼬막을 담아 내준다. 빨간색 꼬막 까는 도구도 함께 준다. 예전에 벌교에서 꼬막을 먹어 아는 도구이다.


꼬막 뒤 홈에 도구를 넣고 집게 부분을 누른다. 꼬막이 ‘’하고 입을 벌린다. 그 입에 내 입을 대고 ‘’ 빨아 먹는다. 간간하고 짭조름한 육즙은 배릿하고 속살은 졸깃하고 진하다. 씹을수록 은은하게 단맛도 오른다. 자연의 맛늙은 여자의 손맛이 더해진 간은 알맞다. 따뜻할 때 까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금세 대접 반이 껍질로 차버린다. 심심풀이나 밥반찬, 술안주로도 그만인 참꼬막찜이다.


백반도 주문한다. 3천 원이다. 직접 담그셨다는 된장으로 끓인 우거지 된장국과 멸치젓, 갓김치, 멸치볶음, 도라지무침, 콩나물, 무생채 등 밑반찬들이 나온다. 게장을 빼고 주셨다며 홍시랑 같이 나중에 주신다. 영조가 형 경종에게 줬다는 문제의 먹거리다. 먹고 나서 탈이 없다. 그럼 된 거다.


삶은 꼬막과 백반에 보성 녹차 막걸리를 곁들여 마신다. 막걸리도 3천 원이다. 궁합이 알맞은 게 흥을 돋운다. 만 원을 내고 천원을 거슬러 받는다. 만원도 안되는 밥상이지만 뜨내기 여행객은 왕이 부럽지 않다.


음식을 먹다 보니 백반만 먹고 가시는 분들이 많았고, 간단히 막걸리 한잔하고 가시는 분들도 계셨다. 지역  쓰시는  봐선 대부분 현지 분으로 보였다. 홀로 여행객 사람들 온기를 마시고 먹었다.


이젠 영업하지 않지만 참꼬막 탱탱한 살과 짭짤한 국물, 수수한 백반, 녹차 막걸리가 어우러진 밥상은 추억의 맛으로 남았다. 홍시꼬막 까는 도구빨간색만큼 강렬히 내장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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