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불고기 백반
배진강은 강진 병영 오일시장 안에 있다. 키 크고 곰살스러운 할머님이 운영하는 돼지 불고깃집이다. 장날에 상관없이 매일 문을 연다. 오일장 날은 사람들이 붐벼 돼지불고기는 하지 않으며 백반만 판매한다. 점심땐 인근 직장 분들이 식사하고 한가한 시간엔 어르신들이 들려 밑반찬에 간단히 술 한잔하시는 동네 사랑방 역할도 하는 곳이다.
돼지불고기를 주문한다. 양념 숙성한 돼지불고기를 석쇠에 올린다. 주인 할머님이 화력 좋은 연탄불에 굽는다. 타지 않게 석쇠를 번갈아 가며 굽는 손길에서 노련함이 묻어난다.
먹을수록 자꾸 당기는 맛
주인 할머님이 돼지불고기를 굽는 동안 식당 일 도우시는 아주머니가 밑반찬을 먼저 차려준다. 토하젓, 멸치젓, 바지락젓, 묵은 총각김치 등 수수한 시골의 맛이다. 밑반찬 하나하나 간도 알맞은 게 허투루 내는 찬이 없다. 갓 지은 따뜻한 쌀밥도 대접에 담아 준다. 구수한 향이 코로 스며든다.
마침맞게 연탄불에 초벌을 한 돼지불고기가 나온다. 휴대용 버너에 따뜻하게 데워 먹게 포일에 얹어 내준다. 파채를 올려 굽는다. 돼지불고기를 두어 점 집어 맛본다. 연탄불 향이 은근하게 코를 간지럽힌다. 촉촉하고 보들보들한 식감은 어금니에 맞서지 않으며 콕콕 박힌다. 자극적이지 않은 달금하고 매콤한 양념은 혀를 놀린다. 입안이 기껍다.
갓 지은 쌀밥에 따뜻한 돼지불고기를 얹어 먹는다. 하얀 담백한 맛 위로 붉은 감칠맛이 포개진다. 간이 딱 맞는 따스한 맛이다. ‘찰떡궁합’이란 진부한 표현이 딱 알맞음을 알게 하는 맛이다.
막걸리 한잔 들이켠다. 시원함으로 목을 축인 다음 돼지불고기를 참깻가루, 멸치젓, 마늘, 토하젓, 바지락젓, 파채 등 다양하게 곁들여 맛을 본다. 멸치젓, 토하젓, 바지락젓은 각각의 물성과 짭짤한 감칠맛으로, 마늘과 파채는 알싸한 맛으로, 참깻가루는 고소한 맛으로 돼지불고기의 풍미를 한층 돋운다.
전라도 손맛으로 가득한 '개미진'(겉 맛이 아닌 속 맛, 먹을수록 자꾸 그리워지는 맛을 의미하는 남도 사투리다.) 밥상에 뜨내기 여행객은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