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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sy Aug 23. 2023

딸아이와 늙으신 엄마를 두고 오려니 짠하다

애써 눈물을 참는다

달 남짓의 한국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인도네시아로 챙겨갈물건들을 사러 다니기 바쁘다. 나름 꼭 필요한 물건들로 짐으로 추리고 또 추려지만 매번 쉽지 않음을 느낀다.


가져갈 수 있는 최대한의 무게를 케리어에 꾹꾹 담고 에 준비해 둔 짐들을 싣는다. 뭐가 이리도 많은지.. 인도네시아에도 있을 건 다 있으니 이젠 짐을 좀 줄여보자 했지만 또 제한 무게를 가까스로 맞춘다.


공항에 도착하고 수속을 밟는다. 지팡이를 짚고 따라나선 엄마 모습이 애잔하다. 중년의 딸이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지 혹시 빠뜨리고 두고 가는 건 없나 묻고 또 물으신다.


"건강이 최고야. 가서 몸 잘 챙기고. 우리 또 건강하게 만나자." 엄마의 말씀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행여 발개지는 눈이 들킬세라 엄마를 꼬옥 안아본다. 나보다 컸던 키가 조금 줄었나 보다. 또 가슴이 아려온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나 보다.


큰 아이는 수업이 있어 전날 미리 작별인사를 하고 기~인 포옹을 나눴다. 아이의 한 마디가 잊혀지질 않는다.

"엄마, 난 우리 가족이 함께 했던 그 일상이 참 그리워. 여행 다녔던 일이나 뭐 특별했던 이벤트가 그리운 게 아니라.."


헤어짐은 언제까지나 익숙해질 수 없나 보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면역력이 약해짐에 틀림없다. 해도 해도 무뎌지기는커녕 더 아파오는 걸 보면..


여권과 티켓을 보여주며 공항 안으로 들어가다 다시 뒤를 돌아본다. 엄마가 움직임 없이 서서 바라보고 계신다. 나는 다시 손을 높이 들고 흔들어본다. 돌아가서 한번 더 안아보고 싶었지만 그냥 그대로 앞을 향해 나아간다.


손에 든 물건을 검색을 위해 컨베어벨트 위에 올려두고 몸은 작은 문에 통과시켜 문제없음을 증명하고 다시 짐을 찾아들고 걸음을 옮긴다. 혹시 몰라 다시 뒤를 돌아보니 여전히 엄마는 나를 바라보고 계신다. 나는 또 한 번 마지막으로 손을 더 높이 들고 흔들어 보인다.


부모 자식 간이 대체 뭐길래 이렇게 가슴이 짠해오는 건지.. 남겨둔 엄마와 딸아이가 계속 눈에 밟혀 내내 묵언 수행자라도 된 듯 조용히 걷기만 했다.


부디 모두 건강히 잘들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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