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엔 너무 늦게까지 자고 있으면 깨우러 방문을 살짝 열어본다. 역시나 깊은 잠에 빠져있다. 혹시 배가 고프진 않을까 싶어 낮은 목소리로 살며시 물어본다.
"일어나야 되지 않아? 뭐 먹을래? 벌써 해가 중천이고 점심때가 되었어.."
"아~ 쫌~ 나 지금 꾸는 꿈 마무리 해야 되니까 건들지 말아 줘."
꿈인 줄 아는 순간 누구나 그냥 깨어 버리는 게 보통 아닌가? 근데 꾸고 있는 꿈이 재미있으니 드라마를 보듯 계속 꾸겠단다. 이게 무슨 말인지.. 예전에 가수 강수지가 꿈을 꾸면 일어나서 그걸 기록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는데 꿈을 마무리해야 되니 방해하지 말아 달라는 아이는 또 처음 본다.
그래서 아이가 깨었을 때 물어봤다.
"꿈인 줄 아는 순간 꿈이 끝나 버리지 않아?"
"아니, 건들지만 않으면 계속 꿀 수 있어. 근데 완전히 깨고 나면 하나도 생각이 안 나. 더러 몇 가지는 기억나기도 하지만.."
"잠에서 깨자마자 바로 생각나는 꿈은 기록해 보면 어때?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가수 강수지가 예전에 꿈을 꾸면 잠을 깨자마자 바로 적어둔다고 하던데 좋은 생각 같지 않아?"
"글쎄.. 깨고 바로 적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게 잘 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리고 거의 대부분은 깨고 나면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아.."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학교 갈 때야 자신이 알람을 맞춰놓고 스스로 일어나는데 주말이면 영락없이 늦잠에 꿈을 꾸는 중이라 건들지 마라고 하니 기가 차는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