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 아이패드를 두고 왔다
한국도 아닌데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시험기간에 한국처럼 독서실, 도서관 혹은 스터디카페 같은 곳이 없어 공부할 공간을 찾기가 힘들다.
지금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 학기말 시험기간이다.
아이가 점심을 먹은 후 집중력이 떨어졌다며 카페를 가서 하면 좀 낫지 않을까 한다. 나도 읽던 책을 끝내고 싶은데 집에 있으니 진도가 잘 나가지 않던 터라 구글맵을 이용해서 주변 공부하기 좋은 장소를 물색한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스타벅스를 사진으로 보니 공부하기 좋아 보인다. 아이와 의논 후 그곳으로 정했다.
각자 음료를 시키고 각자 할 일을 했다. 근데 너무 춥다. 에어컨을 얼마나 세게 틀어 놓은 건지..
야외에도 좌석이 있길래 실내에서 한 시간 정도 지나고 모든 짐을 밖으로 옮겼다.
6시쯤 되니 어둑해지며 나는 벌레가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 다시 실내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테이블에 놓인 많은 짐을 챙겨 한번 더 이사를 감행한다. 갑자기 장소를 옮겨가며 자는 고양이 모습이 떠오른다.
안으로 다시 옮기니 아까보단 덜 춥게 느껴진다. 하지만 한 시간쯤 지나니 또 너무 춥다. 이제 웬만큼 해야 할 건 한 것 같아 빵하나만 더 시켜 먹고 인도네시아 우버택시인 그랩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2시간 남짓 지나고 갑자기 아이가 아이패드가 안 보인단다. 그럴 리가.. 테이블 위는 나오기 전 내가 분명히 확인했는데.. 짜증이 슬슬 나기 시작한다. 아이를 향한 말이 조금 거칠어졌는지 아이가 되려 큰소리다.
아까 갔던 스타벅스를 찾아 전화를 걸어보려니 번호가 없다. 구글검색을 해보니 밤 9시가 넘었지만 영업 중으로 뜬다.
더 늦기 전에 직접 가서 찾아보기로 한다.
자기 물건을 똑바로 챙기지 못한 아이를 향해 화가 났지만 이미 상황은 발생했고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핸들 앞에 남편을 앉히고 스타벅스로 향한다.
속으로 기도를 한다. 제발 찾게 해달라고..
밤 9시 10분 넘어 드디어 도착했다. 눈썹이 날리게 아까 있었던 장소로 달렸으나 하필 그 자리만 사람들 한 무리가 앉아있다.. 포기해야 하나..
마지막 한가닥 희망을 품고 직원에게 가서 물어본다.
<혹시 저 사람들 앉은자리에 아이패드 하나가 있지 않았나요?>
<아뇨. 없었어요..>
머리가 아파온다.
우리 표정이 불쌍했는지 직원이 다시 말을 잇는다.
<잠깐만요. 다시 한번 알아볼게요.>
직원룸 공간에서 위아래 까만색 옷을 입은 다른 직원이 나온다.
그가 손님들에게 음료와 먹거리를 놓는 탁자 아래 칸에서 까만 커버로 덮혀진 아이패드를 꺼내 놓는다.
<이거 맞나요? 확인해 보세요>
아이의 근심 가득한 눈이 기쁨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뀌며
<맞아요. 이게 제 아이패드예요. 제가 이렇게 이 그림들을 뒤에 끼워놨거든요!!>
아이가 아이패드를 탁자가 아닌 의자에 올려둬서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모양이다.
이렇게 한 밤의 소동은 해피앤딩으로 마무리되었다.
5년 전 인도네시아 수도의 한 몰에서 아이 바지 뒷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은 물론이고 가방 안에 있는 휴대폰도 소매치기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인도네시아 소도시는 다행히도 아직은 살만한 곳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