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ssy Jun 08. 2024

나 이제부터 고지식한 애들이랑 놀아야겠어

고지식의 반대말은 저지식?

둘째는 인도네시아에서 국제학교 중 3을 다니고 있다.


거의 2주 동안의 기말고사를 마치고 하나씩 점수를 확인해 가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예상외로 화학시험을 제대로 망친 모양이다.


낙심한 얼굴로 집에 돌아온 아이가 뭔가 삶의 패턴을 바꾸고 싶은 듯 깊은 고뇌가 가득 찬 표정으로 한 마디 내뱉는다.


"엄마, 나 요즘 친구들이랑 노느라 너무 공부를 게을리한 것 같아. 화학 시험을 정말 제대로 망쳐버렸어."

"어쩌냐.. 이제부턴 점수관리 잘해야 하는데.."

"나 이제부터라도 <고지식>한 친구들이랑 놀아야 할까 봐.."

"그럼 앞으로 조세핀, 플로렌스랑 놀아야겠네?"

"아니, 싫어.. 걔네들은 너무 사회성이 부족하잖아."

"엥? 고지식한 애들이랑 놀 거라며? 걔네들이 노는 거 싫어하고 책만 보고 사회성, 융통성이 부족하니까 딱 고지식한 거지.."

"아니, 지식이 높은 게 <고지식> 아냐? 공부 잘하고 영리한 애들이 <고지식>한 거잖아"

"에고고.. 우리 딸 큰일이네. 오랜 해외생활로 한국어의 정확한 뜻도 모르고 어쩌냐? <고지식>은 융통성 없는 앞뒤가 막힌 사람을 말하는 거야.."

"진짜?? 아니 지식이 높은 게 <고지식> 아냐?"

"그럼 고지식의 반대말은 <저지식>이겠네? 하하하하"

"아니.. 높을 고, 낮을 저. 그니까 고지식 저지식.. 맞잖아.."

"너 큰 고모부 머리 좋으시다고 <고모부는 참 고지식하시네요> 그러면 큰일 난다. 하하하하하. 앞으로 큰 고모부 상처받고 너랑 절교할 수도 있어. 하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작은 아이는 한국에서 살아온 날 수보다 인도네시아에서 살아온 날 수가 더 많다. 그렇지만 대학은 또 한국으로 가고 싶어 하니 걱정이다.


지금부터라도 제발 영상물에서 해방되고 책 좀 읽읍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