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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보셨나요?

감사기도의 힘

by Sassy

한국에 있던 보름동안 새벽마다 친정 근처 동산을 거닐며 감사기도를 했다.

한국이 인도네시아보다 두 시간 빠르니 신체가 느끼는 시각은 새벽 5시가 아니라 3시..


친정엄마는 내가 매일 인도네시아에서 올리는 새벽하늘 사진이 좋으셨나 보다. 며칠을 안 하고 있으니 여기선 왜 하지 않느냐며 재촉하신다.


'그래.. 나가보자' 새벽 5시.. 벌써 환하다. 친정이 국립박물관 근처라 주변환경이 아주 멋지다. 벌써 운동하는 사람들로 새벽이 부산하다.


동산에 도착해서 평화롭게 거닐며 감사기도를 한다. 감사기도는 내 안의 불평불만들을 감사로 바꿔주는 엄청난 힘이 있다.


감사기도와 함께 아이의 평안과 건강을 소망하는 기도를 마치고 잠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는데 바로 눈앞에 커다란 무지개가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빨. 주. 노. 초. 파. 남. 보.. 각각의 색깔들이 얼마나 선명하고 거대한지 정신을 놓을뻔했다.


내 평생 가장 멋진 모습의 무지개였다.


홀로 거닐 때의 단점이라면 이런 황홀경의 순간을 나눌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가족들과 나누기라도 해야지 싶어 휴대폰 카메라를 켜본다.


하아.. 좋은 기계에 대한 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삼성 보급형을 쓰다 보니 화질이 너무 떨어진다.

내 눈으로 지금 보고 있는 그 무지개의 백분의 일도 표현이 되지 않는다.


처음으로 좋은 휴대폰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


무지개 뿌리에 정말 금은보화라도 묻혀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나와 함께 동산을 거니는 사람들은 많은데 아무도 보지 못한 건지 감동하는 이들이 없다.


이제 해가 솟아나고 아쉽게도 1/4 정도만 오른쪽 끝에 무지개 모양을 힘겹게 유지하고 있는데 중년쯤으로 보이는 여자가 뒤늦게 발견한 건지 휴대폰으로 사라져 가는 무지개를 찍어대느라 흥분해 있다.


속으로 '이제 발견하셨구나.. 사라져 가는 모습인데..' 생각하고 있는데 혼자 산책 중이던 그분은 토막 난 무지개 모습에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지나가는 나를 향해 뒤돌아보며 크게 소리친다.

"무지개 봤어요?"

"아.. 네.. 아까는 완전한 모습으로 아주 커다랬어요.."

"그랬구나.. 저는 이제 막 봤어요.."


주변 사람들은 다들 별 감흥이 없나 보다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그 찬란한 모습을 보지 못한 모양이다.


무지개의 화려한 응원을 등에 업고 에너지를 가득 채운 나는 다시금 감사기도의 힘을 느끼며 내게 주어진 모든 순간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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