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되지 않기 위해서

by 윤슬

원래도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요즘의 일상은 더더욱 그렇다. 지난 시간들 동안 해보아야지 생각만 했던 것들 중. 혼자서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다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은 대부분 누가, 무엇을 시키는 대로 그대로 하는 일이 아닌, 스스로 생각해서 만들어 내는 일이다. 성격 검사같은 것들을 하면 나오는 예술가적인 기질이 이런 거란 걸 깨달아가고 있다. 예체능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그런 쪽에 크게 재능을 보인 삶은 아니었다. 그래서 예술가적인 기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달아 본 적은 없었는데. 요즘 나의 일상을 보면 그동안 들어왔던 나의 성향이 어떤 것인지 느낀다. 내 생각으로 이해가 되고, 나의 감정의 결이 맞는 것들을 만들어 내는 것. 있는 그대로가 아닌 나의 몸을 한 번 돌고 나온 것들을 쌓아가는 일.


나는 정말 이해되지 않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시키는 걸 그냥 하면 되는 일이 쉽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전적으로 내 안에서 시작해 내 안에서 끝나는 일들을 반복하다보니. 시키는 걸 하는게 더 쉬운 일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물론 틀이 정해진 일이든, 창조적인 일이든 쉬운 일이 없다는 걸 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조차 쉽지만은 않다.


글, 사진, 영상, 이미지. 그런 것들을. 매일같이 생산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은 컨텐츠, 주제가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글은 빠질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 특히나 글을 많이 쓰고 있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작은 공간에 하고 싶은 말을 다 꺼내놓을 수가 없어서 줄이고 참는 일을 몇번이나 반복했던 날도 있었다. 차오른 말을 다시 삼키는 일이 아쉬웠다. 1분이 채 되지 않는 영상 속에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는 일은 불가능하니까. 항상 이번이 끝이 아니다. 다음번에 하면 된다. 스스로에게 말하며 혀끝까지 올라온 말을 참았다. 한 바닥 정도를 채울 수 있는 글도 그리 다르진 않았다. 이 얘기, 저 얘기를 다 하다가 이미 채워진 분량을 보며 급하게 이야기를 두개로 나누는 일도 있었고. 내용을 썰어서 지워내는 일도 있었다.


최근 2주 동안에는 그 동안 쌓아왔던 주제들과 생각들을 다 쏟아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주제들에 대한 글을 쓰고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 내 안에 가득했던 생각들의 구름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다른 아무 일 없이 글만 썼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것들을 다 해냈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다 정말 소재가 다 고갈되겠다, 할 수 있는 말이 없겠다 싶기도 하다. 내가 세상에 내 보인 글자는 몇 글자나 될까. 내 안에는 몇년 동안이나 계속해서 글을 쓸 만큼 생각들이 차 있기는 할까. 열심히, 많이, 꾸준히 써서 글을 쓰는 실력을 키우고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러다 금방 소재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중이다.


인풋이 없으면 아웃풋이 없다는 말처럼. 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을 많이 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먼저는 많은 글을 읽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을 읽고, 느끼고, 분석해보는 과정. 그 과정 다음에는 모방해보기. 그렇게 다른 이들의 생각들을 채우고 거기에 내 생각을 더하기. 그런 과정을 거쳐야지만 계속해서 쓸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바쁜 와중에도 필사를 쉬지 않는 이유다. 채우지 않으면 금방 소진되고 말까봐.






나는 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기반으로 한 많은 것을 창조해내고 싶어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은 평생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라 오늘도 나는 창조하고, 창조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 글들을 채워 넣는다. 생각들을 계속해서 집어 넣어서 나의 영감의 샘이 끊이는 일이 없도록.


이번 주말에는 조금 여유로운 시간이 될 것 같아 오랜만에 오로지 나의 마음에만 따른 필사를 하는 시간을 가져볼까한다. 어떤 글을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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