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세계의 공통분모 찾기

˚₊ ˚ ‧₊ .:·˚₊ ˚ ‧₊ .:·˚₊ *˚l 유체이탈

by 윤슬








도저히 계속 마주보고 있기 힘든 모습이다. 들리지도 못할거면서. 괜히 씩씩대며 쾅하고 세게 문을 닫으며 집 밖으로 나왔다. 물론 등 뒤의 문은 나의 기대만큼 소리를 내 주지 않았지만. 사실 소리가 나지 않을걸 알았다. 그럴걸 알아야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나와봐야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갈 곳도 따로 없었다. 이곳에서도 나는 겨우 동네를 한바퀴 돌아볼 수 밖에. 이곳은 나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든 시절을 보냈던 동네다. 그 시절의 나는 지금처럼 하릴없이 동네를 거닐곤 했었다. 갈 곳도 없고, 할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건 더더욱 없었던 때에.




미라를 만났던 그 공원의 벤치에서 잠시 졸았던 때가 떠올랐다. 집을 바로 앞에두고서 잠이 쏟아져서 참을 수가 없어서. 마침 날씨도 밖에 있기에 딱 괜찮아서.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며 가방을 꼭 끌어안았다. 그 위에 머리를 기대고 살풋 잠이 들었었다. 그날을 떠올린다. 애써 기억하지 않고 있었지만 떠올리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그 날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겠다며 텅 빈 학교 갔던 토요일의 어느날이었다. 몇몇 명만이 나와 멀리 떨어져 앉아 각자만의 세계를 탐구했던 날. 나는 사실 조금 가까이 앉고 싶었는데… 조금만 늦잠을 자도 흘겨보는 눈초리를 견디지 못해서 학교로 도망쳤지만 이렇게 널찍이 떨어져 않아서는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주말까지 공부하겠다고 나온 친구들의 마음이란 날카로움 그 자체였다. 유리한가를 따지기 전에 공부하고 배우고 싶은 걸 하는 게 낫겠다는 나의 말이. 공격처럼 느껴질 만큼.





별 일도 없었다는 걸 알았다. 그렇지만, 그래도. 위로받고 싶었다.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소음도 괴롭고, 그렇지 않으면 나를 찌르는 눈길을 견딜 수가 없다고. 나도 알았다. 허벅지를 찌르고 피를 보면서까지 독하지는 못했다고. 자꾸 바깥의 풍경에 눈길이 갔고, 새로운 세상이 궁금해서 책속으로 빠져들어갔었다. 독하게 성적을 올리지도 못할거면서 꿈만 자꾸 부푸는 모습이 나도 한심하긴 한데. 그런데 마음이 자꾸 울렁거려서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자꾸 잠만 온다고. 말하면서 막 울어버리고 싶었는데. 한 마디 꺼내려고만해도 날선 말을 꺼내려 준비중인 얼굴을 내비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었겠어. 어디를 둘러봐도 날 찌를 것 같은 것들 투성이었다. 도망쳐온 학교에서도 마음붙이지 못하고 조용히 혼자 빠져나왔었다.





학교에서 나온 뒤에 다시 가게 될 곳은 결국엔 다시 집이었다. 작은 몸으로 걷기엔 약간 긴 그 길을 혼자 걷다가, 걷다가보니 이마엔 땀방울이 삐질 나오는데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밀려오는 잠을 피하지도 못하고 벤치에 앉아 잠을 청하는 것밖엔 답이 없겠다 싶었다. 고요하고 선선하고 한가한 풍경 속에서의 낮잠. 그때 내 주변은 왜 온통 예민한 것 투성이었을까. 긍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이 다 밝아보인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또 긍정적으로 보지 못한 내 탓을 할 수 밖에는 없어서.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싶어. 하지만 지금도 다른 이유는 생각할 수가 없다. 돈, 자식, 집안일…온갖 이유들을 가지고 다 싸우던 엄마 아빠. 하고싶은 걸 하라는 단순한 나의 마음을 경쟁자를 없애려는 베베꼬인 마음으로 받아들이던 친구들. 그들의 공통분모는 전부 나였으니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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