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같은 미래를 꿈꿔보기

˚₊ ˚ ‧₊ .:·˚₊ ˚ ‧₊ .:·˚₊ *˚l 유체이탈

by 윤슬








자꾸 잠이 오는 바람에 안좋은 줄 알면서도 마셨던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는 커피 우유. 카페인의 효능은 잠들고 싶지 않은 순간엔 발휘되진 않았다. 꼭 잠들어야 하는 시간엔 카페인이 올라와 심장이 두근대고 정신이 똘망했다. 이런 곳에선 잠들고 싶었는데 나는 이런 곳에서 참지 못하고 잠에들곤 했었지. 공원 벤치에서 깨어났을 땐 해가 어둑해지던 시간. 선잠에 들었을 뿐이라 생각했는데 그새 나쁜 꿈이라도 꾼 것인지 끌어안았던 가방엔 반달 모양으로 젖은 자국이 남았었다. 매일 꾸는 꿈에서도 한번을 웃을 수 없었던 나는 그날에 자국이 눈물이 아니라 어슴푸레한 하늘. 그 가운데 비스듬이 서있는 달이 비친 모습이길 바랐다. 늘 눈물을 흘리고 다니는 사람이 다른 어떤 사람도 나라는게 싫어서. 굶지도 않고, 학교도 다닐 수 있고, 입을 옷도 있는데 청승맞게 울긴 왜 울어.


비싼 브랜드의 옷은 삶의 필수 조건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가지고 싶어해서도 안되었고 엄마랑 아빠도 그걸 사주지 못해 안쓰러워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래서 나는 군데군데 낡아 헤져있지만 따뜻한 검정색 외투를 좋아하는 척했다. 애착하는 옷처럼 여기며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그 옷을 꽉 끌어안고 겨울을 보냈다. 그 때의 겨울은 지금보다 조금은 덜 추웠나. 나는 그 옷으로 한겨울도 다 보냈었는데. 아직 다 추워지지도 않은 때에 엄마는 그때 내가 겨울을 보냈던 옷을 입은 채로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 엄마는 꼭 그랬다. 낡고 헤진 옷은 버리고 새옷들을 꺼내서 입으면 될텐데. 누더기같은 옷들을 버리지 못하고 입고 다녔다. 분명 새 옷이 있는 때에도 그랬다. 그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어떤 부분.


-좋은 집, 새 집으로 이사가면 그때 새것들 꺼내려고 하는거야.


언제올지도 모르는 내일의 행복을 바라며 오늘을 희생하는 사람. 오늘의 기분같은 건 모른채하며 살다보면 우린 정말 행복해질 수 있어? 우리의 행복을 누가 어떻게 보장해주는 거냐고. 반항기 어린 나의 생각들은 터져나오지도 못하고 깊은 곳에 묻혀있었다. 나의 생각은 늘 현실적이지 못해서. 그런 나를 숨기려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지도 못했다. 하고 싶은 말들이 쌓이고 쌓여 담아두지 못하고 새어나오는 말들만이 밖으로 꺼내질 뿐인데. 그런데도 나는 불만이 많은 사람으로 보여졌다. 그래서 나는 더는 생각조차 않기로 했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뭐라도 말할 수 밖에 없게 돼. 그러니 그냥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 나아. 그런데 왜 수많은 오늘들이 쌓여 내일이 된다고 하잖아. 인내하고 참는 오늘이 쌓이면 내일은 뭐가 돼? 행복하지 않은 오늘이 쌓이면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내일이 되어있는게 아니야?


내 방보다도 익숙한 자리인 공원 벤치에서 등을 돌리고 앉으면 재활용을 분리할 수 있는 곳이 보였다. 그곳에서 여전히 낡은 옷을 입고 지평선 너머의 신기루같은 오아시스를 그리는 엄마가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익숙한 모습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다. 제발 그 옷을 먼저 버렸으면 좋겠는데. 내 말을 들을리는 없었다. 나는 그 모습을 또 보기 싫어 등을 돌려 맞은편의 놀이터를 바라보았다. 성같은 미끄럼틀, 시소, 그네… 그 너머엔 키가 작은 나무들이 그 경계를 지키고 있었다. 촘촘하게 자란 나무. 그 사이 삼각형. 그 삼각형 구멍 사이로 들어가면 미라가 누워있던 자리가 나오겠지. 그렇다면 저곳은 미라네 집. 어디든 편히 몸을 뉘일 수 있는 곳이 있으면 그곳이 집이지. 그렇다면 나는 집이 없는 사람이었나. 서울의 꽉 낀 자리도 공허하게 텅빈 이곳도 어디에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


괜히 그 구멍 사이로 들어가보고 싶어. 한번도 통과되지 못한 그 곳을 통과해보고 싶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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