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l 유체이탈
손바닥 정도의 크기일까. 너무 작아서 내가 들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할 수는 없었지만, 어차피 없는 몸 한번 던져보기로 했다. 미칠듯이 가벼운 몸을 그 안으로 쏙.
몸을 내던졌지만 어딘가 떨어진다거나, 부딪힌 것 같지는 않다. 질끈 감았던 눈을 뜨니 아까보단 조금 밝아진 하늘이 느껴졌을 뿐이다. 해가 질듯 말듯 약간 어둑했던 하늘이 해가 막 뜬 것 같은 희미한 밝은 상태가 된 정도. 그리고 이상하게 무거운 가방을 어깨를 움직여 정돈했다. 그러고 보니 하늘이 아까보다 좀 더 높아진 것 같기도 하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그런데 몸도 버리고 나온 마당에 더 이상할게 뭐가 있나 싶기도 하다. 내가 메고 있는 가방은 초등학교 입학할 때 선물받아 3학년 때까지 3년 동안 맸던 빨간색 가방. 못생긴 토끼가 그려져 있는.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 가방을 선물 받았다는 이유로, 멀쩡하다는 이유로 다른 가방을 얻지 못한 나는 3년 내내 그 가방을 메고 다녔다. 화사하지도 분위기 있지도 않은 이상하게 칙칙한 빨간색이 나는 참 싫었다.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분홍색 체크 무늬의 단정한 가방이나, 보라색의 프릴이 달린 공주풍의 가방을 가지고 싶었는데. 나에겐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빨간색 자체를 싫어했던 것 같다. 분홍색이나 보라색 같은 따뜻한 색들을 좋아하면서 빨간색과 파란색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파란색을 골랐던 일관되지 않은 선택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바닥을 보았을 때 보이는 분홍색 하트모양 키링. 저건…
칙칙한 빨간색은 점점 더 싫어졌는데 별달리 할 수 있는 건 없고 해서. 나는 마음에드는 분홍색 하트 모양. 털이 보슬보슬한. 쿠션형태의. 푹신한. 키링을 가방에 달고 다녔다. 그리고나선 걸을 때마다 키링이 달랑 거리는 느낌을 느끼며, 때로는 그 키링을 손에 푹 안고 푹신한 감촉을 만지작거리며 가방을 싫어하는 마음으로부터 도망쳤다. 어디에서 얻게되었는지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키링은 꽤나 마음에 들어 가방을 바꾸고 나서도 가지고 있었다. 가방 다음은 핸드폰 고리, 다음엔 필통에, 그 다음엔 책상 위로 옮겨 다니면서 내 곁에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특별히 애착이라고 말할만한 걸 가지고 있지 않은 나의 첫번째 애착이었다. 너무 만지작거려 털들이 끈적하다 못해 녹진하다 느껴질만큼 만지작 거렸던 나의 애착.
짧지 않은 시간동안에 곁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것은 기억이 나지만. 정확히 언제부터 내 기억에서 사라졌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저 키링을 기억하는 것 자체가 낯선 일이었다. 대체 언제부터 여기 있던거야. 찾을 생각도 못했는데. 바닥에서 키링을 주우려는데 작고 어린 나의 몸이 나를 등지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빨간 가방에 핑크색 키링을 단 채로. 쟤는 어디로 가는거야. 나는 얼른 키링을 주워서 나를 쫓아갔다. 가방의 낡은 상태와 머리띠를 하고 하나로 묶고 있는 나의 상태로 보아 나는 초등학교 3학년 쯤 되어보인다. 양갈래, 땋은 머리, 포니테일, 디스코 머리… 여러 머리 모양과 또 여러 모양을 가진 머리끈과 머리핀으로 아침마다 나의 머리를 묶어주었던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 쯤 되자 더 이상 예쁜 머리 모양에 흥미를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때부터 나는 진한 보라색 머리띠에 하나로 질끈 묶은 머리로만 다녔다. 하나로 묶은 머리와 키링은 같은 방향으로 총총, 또는 휙휙하고 움직였다. 나를 따라 도착한 곳은 학교. 아까 그 공원은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와 다른 방향에 있는 곳이었는데. 난 왜 그곳을 들렸다가 학교에 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학교의 수업은 별다를 것 없어보였다. 지금의 내가 보기엔 더욱 따분하고 지루해보이는 내용들. 그런데 나는 왜 저렇게 긴장되어 보이지. 나는 때때로 키링을 쥐었다 폈다하며 만지작거렸고, 그게 아니라면 연필을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아, 손에 땀이 나는 모양이다. 언젠가부터 크게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었는데. 어린 시절 나는 어떻게하면 손에 땀이 나지 않을지를 고민했다. 손에 땀이 나서 연필이 미끄러지고 그래서 안그래도 느린 글씨쓰는 속도는 더 내 마음 같지 않아서.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필기를 놓칠것만 같은 생각에 손바닥에는 더 많은 땀이 났다. 어쩔때는 흥건해져서 흐를 정도로. 그러다 내 손바닥에 땀이 멈추는 순간은 활동 시간. 선생님이 내어준 주제는 책 속 인물에게 편지쓰기. 활동을 할 때 나는 한번도 손의 땀을 닦지 않았다. 땀이 나지 않은 것인지, 땀이 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집중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내가 돌아본 과거의 지금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글쓰기 대회에서 처음으로 상을 탔던 그 글을 썼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