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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무지니 Dec 30. 2023

내 믿음이 작게 느껴질 때

내가 만난 하나님 이야기 ⑤

저에게 2023년은 엄청난 변화의 해였습니다. 17년을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코칭 사업을 시작해 보겠다고 서울에 사무실을 내고 출퇴근도 해봤고, 인연을 만나서 결혼 준비도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제가 하나님을 믿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봄이 끝나갈 무렵, 제 주변에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크리스천이 많았어요. 주변 사람들의 직업이 달라져서 그런지, 일하는 환경이 달라져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자연스럽게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전에는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는데, 주변에 열정적으로 사시는 분들, 성품이 좋으신 분들이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매사 감사하시고 하는 걸 보면서 저도 모르고 신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목사님을 알게 되고, 자연스레 제가 공부를 하면서 주변의 크리스천과 하나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렇게 어색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그렇게 믿는 분들조차도  너 크리스천이야?라고 묻기보다는 너 교회 다녀?라고 물어보시대요. 저는 아직 다니는 교회가 없으니 이 질문을 받으면 답을 주기가 애매했어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이사를 갈 생각도 있었고, 좋은 공동체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는데 왠지 교회도 안 나가면서 믿음을 얘기하는 게 좀 아이러니 같기도 했었고요. 


이미 언급한 적이 있는데, 예비 신랑은 믿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는 크리스천입니다. 하지만 저를 만났을 때 교회를 다니고 있지는 않았어요. 썸 타던 시절, 통화할 때 다음단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교회를 다니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긴 했지만 적당한 공동체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예전에 교회에서 상처가 있다는 얘기도 어렴풋이 했던 터라 잠정 휴학(?) 상태였던 거죠. 


그러니 저희 둘은 크리스천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같이 신앙과 관련한 무언가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교회도 다녀보지 않은 초신자다 보니, 한 때 교회오빠(?)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던 예비 신랑에게 제 믿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꺼려지더라고요. 믿음이 막 생기기 시작하던 시점에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나누던 집사님이 한분 계셨는데, 그분은 대형교회에서 제자양성 훈련도 받으시는 분이셨거든요. 그런데 그분께 제가 목사님 이야기를 가끔 하면 "헌금받아내려고 좋은 이야기만 하고, 기도해 준다고 할 수 있으니까 조심해. 개척교회하시는 목사님들은 좀 그런 게 있어"라고 하셨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교회를 다니면서 신앙생활을 한 분들에게는 말하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제가 실제 교회를 다니고 있지도 않았으니 좀 위축되어 있었던 거 같아요. 


저희가 결혼 준비를 하면서 제가 살던 집을 정리하고 이사를 해야 하는데 7월에 내놓은 집이 지금도 제 주인을 못 찾고 있거든요. 더구나 성격이 매우 급한 저는 이미 8월에 이사 갈 집을 계약해 놓은 상태라 이 집이 나가지 않으면 자금이 완전히 없어서 이것도 저것도 안될 상황이었어요. 그러니 얼마나 조바심이 나고 불안했겠어요. 


저희 둘은 어려움을 만나면 "기도하자"라고 하긴 하지만, 하나님에 대해서 온전히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거의 3개월 가까운 시간을 "~까지 해결해 주세요." "저희 이사 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다가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또 목사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답을 구하는 건 아니었는데 기도해도 해결되는 게 없으니까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도움을 청한 거죠. (목사님 감사합니다) 


그날 예비신랑이 목사님 만나서 무슨 이야기하고 왔냐고 묻길래 상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그걸 치유하지 않으면 믿고 구하는 것이 막힐 수 있다. 그걸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니, 이 친구가 갑자기 막 웃는 거예요. 그래, 믿어야지. 이러면서요. 


순간 저는 아차, 말을 잘못했구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 일도 아닌데, 왠지 이 사람이 "네가 뭘 안다고..." 하면서 비웃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제 자격지심이 불쑥 올라왔나 봐요. 그래서 통화를 마치고 장문의 톡을 보냈습니다. 

부끄럽지만 진짜로 이렇게 보냈습니다... 흑역사 오픈이네요...ㅠ.ㅠ


이렇게 보내놓고 폰 엎어놓고 보지도 않았어요. 진짜 상한 마음이 있었나 봐요. 예비신랑은 난리가 나고, 결국은 제 오해였어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었고, 본인은 오히려 제 믿음 앞에서 부끄러웠다고 생각하고 있었대요. 그래서 기도하고 회개하고 있었는데 저한테 저런 톡을 받은 거죠. 1시간 정도 있다가 통화하면서 저는 속상해하고, 남친은 달래고 밤중에 한바탕 난리를 치렀습니다. 


이전의 저였다면 아마 말도 꺼내지 않았을 겁니다.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냥 피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앞으로 평생을 같이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넘어가면 제가 마음을 영영 닫을 거 같더라고요. 물론 보내놓고 쳐다도 안 보고 남친을 좀 괴롭게 하기는 했습니다.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  마 20:16


저는 초신자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낮추고 있었습니다. 남친처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던 것도 아니고 공동체 생활도 해보지 않았으니까요. 제도권 안에서 시작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었나 봐요. 지난 40년 삶동안 제도 안에서 보호받고 살았던 터라, 그게 싫어서 퇴사도 하고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 했으면서도 그 부분이 내심 걸렸던 거죠. 사실 누구도 제 믿음에 대해서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목사님은 오히려 제가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주시는 편이었어요. 삶의 경험이 사람을 얼마나 한정 짓고 살게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믿음은 그런 것이 아니에요. 하나님에게 우리는 예수님이 채찍 맞으시면서 모든 죄를 사함 받은 최고의 사람들입니다. 초신자여서 아직은 부족하고, 교회를 오래 다녀서 이미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하셨다는 것, 그리고 그래서 누구나 구원받았다는 것을 믿기를 원하십니다. 한 밤중에 남친에게 불만(?)을 토로하게 된 것도 주님이 하신 거라고 생각해요. 피하지 말고 이야기하면 된다고 하고 나면 막상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네 마음은 당신이 지켜주신다고. 


그래서 그 이후에 저는 남친에게 훈계를 많이 합니다. 믿음에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고! 열심히 공부하고 묵상해서 알게 된 하나님 열심히 알려주고 있어요. 그리고 하나님이 예비하신 제 배우자는 그 말을 아주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이 얼마나 하나님의 은총인가요? ㅎㅎㅎ 




저는 살면서 하나님에 대한 오해가 많았어요. 힘든 시간을 지나온 만큼 이제 너무 좋은 하나님의 은혜를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유명하거나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저의 소소한 경험을 통해서 다른 분들이 하나님에 대한 오해가 풀리길 바랍니다. 축복받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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