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분가분 Jul 27. 2024

교대는 누구를 위한 대학인가요?

배우고 싶은 걸 가르치지 않는 학교


이근이 형에게


부끄럽습니다. 형에게 두 달도 훌쩍 넘어 답장을 했던 것을요. 그래요. 형 말처럼 온갖 행정업무와 해야 할 일들로 꽉 차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그렇게라도 핑계를 대며 형에게 미안한 마음 전합니다.

  뭐, 말할 것도 없이 늦은 답장은 저의 게으름 탓이었지만, 한편으론 정신없이 바빴던 건 사실입니다. 학교에 있으면서 바쁘지 않았던 적은 없었지만 특히 11월 말에서 12월은 정말이지 너무 바빴습니다. 학기말 성적과 학년말 자잘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렸지요

.



 할 일이 많아도 물론 퇴근시간은 지켰습니다. 아, 여기서 잠시 퇴근 시간도 짚고 갈까요?


 학교마다 조금씩 다를 테지만, 보통 교사의 출근시간은 오전 8시 30분, 퇴근시간은 오후 4시 30분입니다. 사람들은 퇴근시간이 빨라서 좋겠다고 하지만, 다른 직장인들이 보통 일하는 8시간을 똑같이 지켜 퇴근한 것인데 그런 말 들으면 조금 억울합니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9시 출근 6시 퇴근일 테니깐 교사들 퇴근시간이 뭔가 빠르게 느껴질 법합니다. 하지만 교사는 중간 점심시간이 없습니다. 아니, 있긴 있지만 있어도 있는 게 아닙니다. 점심시간을 온전히 쉴 수 없으니깐요. 아니, 온전히 쉬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되고, 그 시간은 온전히 근무시간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급식지도를 해야 하고, 밥을 먹으러 가는 중에도 다툼, 먹으면서도 다툼, 다 먹고 나서도 다툼이 일어나고 그 다툼을 중재하느라 쉬는 건 애당초 가능하지 않거든요. 뿐만 아니라 학습이 느린 아이를 봐주거나, 그전 쉬는 시간에 있었던 아이들 다툼이 해결 안 되어 다시금 중재하거나, 다음 수업 준비를 하거나 해서 이 시간 역시 쉴 틈이 없거든요.

 그래서 점심시간은 온전히 저희의 근무시간으로 치기에, 퇴근 시간도 그만큼 빨라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실들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퇴근 시간이 빠르다고만 하지요.




  수업이 끝나고 남는 2시간에서 2시간 반 정도 되는 시간 동안, 행정사무처리와 과제 점검과 수업 준비를 하기엔 정말 턱없이 모자랍니다. 아까 이야기한 12월 즈음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넘쳐나는 일에 파묻히면서도 퇴근 시간은 지켰습니다. 그래도 집은 너무 가고 싶으니까요. 그리고 학교에서 야근한다고 초과근무를 맘 편히 달 수 있는 문화도 아닙니다. 그저 꽁으로 초과노동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혹자는 또 이야기하겠지요. 그럼 그렇게 일이 많다고 하는데,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근무시간 내에 다 하는 거 아니냐. 남들은 일반 직장에서 다 야근하면서 엄청 일하는데 너흰 안 그러지 않냐고요. 그런데 그 넘쳐나는 일, 저는 집으로 가져갑니다. 그래도 학교에서 하는 것보다 집에서 하는 게 편하니깐요. 학교 일을 집에 가져와서 한 적이 저는 한두 번이 아닙니다. 특히 성적 작업이 임박한 때는 밤새우는 일도 많았지요. 혹시 저만 그런 걸까요?




  각설하고, 이런 학교 현실을 교대 다니면서는 정말 몰랐다는 형 말에 깊이 공감하면서, 교사양성체제에 대해 저도 한 말 보태고자 합니다.


  2021년 연말에 교육부에서는 교원양성체제 발전방향에 관해 발표를 한 적이 있고, 여러 혁신적 개혁과제들이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들려오는 내용이 없어 여전히 교육부는 요란한 빈 수레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셨죠.

 아마도 그 사이 정권이 바뀌면서 전 정권의 과제는 감춰놓은 채, 2023년 초 내놓았던 ‘교전원(교육전문대학원)’ 정책으로 그 내용을 갈음한 것 같습니다. 여러 비판의 포화 속에, 그 정책도 슬며시 들어가 버렸지만 그 내용은 어느 정도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각계의 의견 수렴도 별로 없었고, 교사대 통폐합, 교사 정원 감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에 비판도 많았지만, 적어도 교육실습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만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일단 이번 2024년 2월 일주일 가량 프랑스 교육 탐방을 갔다 왔기에 프랑스 교육을 보며 느낀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번 탐방이 실제 학교 현장을 돌아보고 현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탐방이라, 교원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프랑스는 어떻게 교원 양성을 하고 있나 궁금해서 개인적으로 좀 찾아봤습니다.


  프랑스도 여러 번의 교원양성체제 개편이 있었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우리와 그 체제가 조금 다른데요. 프랑스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학사 학위가 있어야 합니다. 프랑스 학사는 4년인 우리와 달리 3년 안에 마칩니다. 학사 학위가 꼭 교육 쪽일 필요는 없습니다. 교사가 되기 위한 공부는 대학이 아닌 대학원에서 하거든요. 2년 동안 이른바 Inspé라고 하는 교육전문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으로 공부합니다.


  이 대학원에서 첫 일 년은 교과 지식과 교육 이론, 교육 실무 등을 공부하며 그다음 해에는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보다 심도 있게 학습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현장 실습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겁니다.


Inspé 체제로 개편되기 전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2년 차 때 일종의 수습교사로서 학교 현장실습을 병행합니다. 이때 실습 지도교사는 실습 교사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주고, 그들의 교육 활동을 분석하며, 실제 교육현장에 부딪히면서 자신의 이론적 지식을 견고하게 하도록 도움을 줍니다.


 실습 교사는 수습공무원(fonctionnaire-stagiaire)으로서 신분을 보장받고, 급여를 받으면서 교육실습 과정을 이수합니다. 현 Inspé 체제도 시기의 조정이 다소 있을 뿐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체제인 걸로 압니다. 와, 급여를 받으며 실습을 한다니요. 아마 그만큼 더 체계적이고 짜임새 있게, 그리고 책임감 있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사양성체제에 대한 형의 제안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장 실습으로 1년을 내리 보낸다는 것이 특히 그렇습니다. 여기서 제가 조사한 프랑스 상황을 연계한다면, 그 일 년 동안 급여를 주어야 한다는 것과, 지도 교수와의 긴밀한 교류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면 더없이 좋겠다는 것입니다.


 형이 얘기한 것과 맥을 같이 하여 말하자면, 교육대학 교수들의 큰 문제 중 하나가 학교 현장과 유리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분들 나름대로 전문 분야가 따로 있고, 또 때로 현장과 소통하려 노력하는 것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는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현장 실습 교사와 1년간 끊임없이 소통하며 교류한다면, 그들 연구도 훨씬 더 탄탄해질 테고, 교육 현실을 반영할 수 있을 테니깐요.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다시 돌아와 2년 정도 더 연구과정을 거쳐서 본격적인 교사로 임용되는 방식을 생각한 것도 너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형 말처럼 ‘학교현장과 교원양성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선순환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다만, 저는 나머지 2년의 과정은 선택의 영역으로 남겨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우려가 조금 되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6년의 시간을 들여야 교사가 되는 거라면 얼마나 사람들이 교사가 되려 할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많은 노력을 들여가면서 교사를 하기엔, 급여나 복지, 교사를 둘러싼 환경들이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진 않은 게 현실입니다.


 실제로 석사 과정을 마쳐야 교사가 되는 프랑스 사회에서, 교사는 그렇게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어서 과목에 따라 교사 부족사태가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급여도 우리나라보다 더 낮은 수준인데, 석사까지 하면서 교사를 할 바에야 다른 직업을 찾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분명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될 거라 봅니다. 그래서 더 남아 2년간 연구하고 싶은 사람들은 더 남아 연구하고(이 사람들에겐 호봉 인정과 승진 가산점은 물론이고, 학비 등 다른 면에서도 지원이 있으면 좋겠어요.), 아닌 사람들은 그 1년간의 경험을 지렛대 삼아 정교사로 안정되게 시작하면 어떨까 싶어요.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는데요. 사실 관계는 그래도 정확히 해야 할 것 같아서요. 형이 ‘현행 4주간의 교생 실습 기간’이라고 말했지만, 20년 전 저희 때도 2학년 때 2주간의 참관 실습이 있었고, 4학년 때 4주간의 참관+수업 실습이 있었지요. 총 6주였어요. 2학년 때 2주간의 참관 실습은 크게 의미 없다는 생각에 형이 은연중에 빼버리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참관보다는 직접 수업하고 생활지도하고 뛰어들어야 더 의미가 있으니까요.


  또 혹시 몰라, 지금은 교생 실습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저희 때와 달리 다행스럽게도 지금 교대는 실습 시간을 꽤 많이 늘렸더라고요. 저희 모교인 경인교대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2학년 때 2주간 참관 실습, 3학년 때 3주간 수업 실습, 4학년 때 4주간 수업·실무 실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비연속적 실습, 그리고 실질적 담임으로 온전히 한 반을 책임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는 사실상 가장 중요하다 할 생활지도를 경험할 순 없을 거예요. 수박 겉핥기로 끝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실습 시간이 늘어난 건 나름의 발전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얘기하고 싶은 건, 실습을 뺀 교대 교육과정 자체를 좀 들여다보고 싶어요. 저는 교대에서 배운 내용들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학교 현장에서 하나도 쓸모가 없었어요. 이 쓸모에는 학교에서 실제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적인 것들뿐만 아니라 교육을 바라보는 가치관, 관점 등도 포함돼요. 전 정말 그곳에서 뭘 배운 걸까요.


  교육학의 각 과목들(교육철학, 교육사회학, 교육심리학 등), 교과교육론(국어과교육Ⅰ,Ⅱ, 수학과교육Ⅰ,Ⅱ 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교대 커리큘럼에서 조금이나마 학교 현장과 밀접한 과목들은 당최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학급 운영’ 과목조차도 현장 교사가 아닌 교수가 강의했던 기억이 납니다. 전혀 현장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혹시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 해서 또 경인교대 홈페이지에 가서 찾아봤지요. 현재 교대 커리큘럼을요. 역시나 제가 배웠던 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더군요.




  교대를 졸업하고, 학교에서 좀 더 의미 있게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찾아들었던 무수히 많은 감동적인 연수들을 보며, ‘이런 연수를 교대에서 배웠더라면!’하고 되뇌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회복적 생활교육과 학급긍정훈육법(PDC), 교사역할훈련(T.E.T), 비폭력대화 같은 프로그램들을, 형이 배우고 익혀 감동을 느꼈을 교육 연극과 학교 텃밭 가꾸기(생태교육)를, 아이들과 즐겁게 관계 맺을 수 있는 공동체 놀이를, 정녕 교대에서 배울 수는 없는 걸까요?


  지금 교대에서 배우는 과정들이 모두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인류 지성의 역사가 집약돼 있는 교육학 이론을 기본은 배워야 합니다. 교과교육론도 배울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도무지 그 교과교육론을 Ⅰ,Ⅱ로 나눠 두 번에 걸쳐 들어야 할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사범대생이 아니니깐요. 저희는 초등교사라 교과교육론에 대해 얕게만 알아도 된다고 말하면 너무 지나칠까요? 그래도 말해보렵니다. 교과교육론을 하나로 대폭 줄이고 학급운영과 생활지도 과목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요. 그 과목 담당은 물론 현장교사 출신으로 하고요.


  아마 이 제안은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겁니다. 기득권, 카르텔, 누군가의 밥줄이 아이들 교육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 안에는 넘쳐나니깐요.      

  답답해진 이 마음 달래며 형의 다음 글, 또 기다리겠습니다.  


2024년 2월 29일 목요일.

교사 곽 노 근 드림.                                                       

이전 03화 난 정말 몰랐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