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의 불완전한 20대_애착유형
ECR 검사를 해봤다. 내 애착유형은 혼란형 (공포형)이었다. 불안형과 회피형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떠날까 무서워 집착하는 동시에 거리를 둔다. 얼마나 모순적인가. 그런데 그게 나였다.
나는 연애하면서는 불안, 사회생활에서는 회피가 조금씩 나타난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는 이성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회피가 나타난다. 상대가 나랑 너무 가까워지려고 하면 부담스럽고 싫어서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런데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고 나도 상대가 조금씩 좋아지면 불안이 조금씩 시작된다. 연인이랑 같이 있으면 불안하지 않은데 떨어져 있으면 불안하다. 상대의 눈치를 보며 과하게 배려하고, 상대가 조금이라도 차갑게 느껴지거나 피곤해 보이면 내가 잘못한 게 있는지 걱정한다. 연락이나 만남 빈도 같은 부분에 집착하지 않는 척을 하지만, 사실은 혼자 정말 집착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초반엔 그렇게 부담스럽던 잦은 연락과 집착을, 내 마음이 커지면 점점 더 갈구하게 된다. 사랑이 변하다 어느 순간 떠나갈까 노심초사 한다.
불행히도 이런 유형은 연애를 할수록 스스로를 더욱 더 혼란형으로 만들게 한다. 새로운 사람이 다가오면 벽을 친다. 만약 상대가 내 벽을 허무는 과정에서 지쳐 떠나가 버리면, 스스로 자책하고 다음 연애에선 마음을 더 열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벽을 치다가 이 사람이 계속해서 그 벽을 허물고 다가오면 그제서야 내 마음을 꺼내 보인다. 쉽게 마음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내 벽을 허물고 다가오는 사람은 앞으로 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상대에게 집착하게 된다. 상대방은 그런 집착에 떠나가게 되고 나는 상처받고 마음을 더 꼭꼭 닫아버린다. 그리고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 이런 연애들은 나에게 늘 상처와 공허함을 남긴다. 연애를 할 때마다 상대는 언제나 내 마음을 몰라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이제는 이런 패턴을 끊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연애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먼저 나를 온전히 마주해야 한다. 나는 사실 버려질까 봐 무서웠다. 혼란형은 마음을 열고 다 보여주면 상대가 떠나갈 것이라는, 나와 타인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다. 이러한 불신은 내가 상대에게 벽을 치게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나의 모든 것을 다 보여준 상대에게 집착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일단은 내가 내 모든 모습을 보여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온전한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내 부정적인 모습이 너무 싫기 때문에, 상대가 그런 모습을 보면 당연히 나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부족한 게 당연하고, 상대는 그런 모습을 안 싫어할 수도 있는 거다. 설령 그런 부정적인 모습이 상대에게 조금 피해를 끼칠 수 있다 하더라도, 결국 그건 나다. 상대가 그런 부족한 나를 알고도 사랑하기로 선택한다면, 그건 상대의 몫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 모습을 다 보여도 된다.
두 번째로는, 상처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사실 연애를 하며 상처를 안 받을 수는 없다. 우리는 남이고,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서로의 간극을 줄이고 싶다면 진정한 소통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나 혼란형이라면 서로에 대한 오해가 깊어질 확률이 높다. 나는 연인에게 내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해 오해를 키웠다. 내가 상대를 좋아한다고 표현하면 상대가 나를 질려할까 봐. 내가 힘들다고 표현하면 공감을 받지 못하거나, 나를 '을'으로 볼까 봐. 내가 상대를 좋아하는 만큼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상처받으니까. 상대에게 진정한 공감을 받지 못하거나 나를 얕잡아 본다면 상처받으니까. 그러나 이게 두려워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서로를 모르는 상태로 관계만 깊어지고, 오해는 쌓이게 된다. 조금씩이라도 나를 꺼내보이려고 노력했다면 서로 오해하고 서로 상처주는 일이 훨씬 적지 않았을까.
셋째로는, 이때 '관계가 끝나는 것'이 '내가 버려지는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연애는 결국 끝날 관계다. 설령 결혼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과의 연인이라는 관계는 끝나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관계가 끝나는 것 보다는 내가 버려지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깊어지는 게 두려운 동시에, 더 이상 내가 그 사람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아니게 될까 봐 상대방의 눈치를 봤다. 그렇지만 연애는 다양한 이유로 끝나게 될 수 있다. 그 사람이 떠나는 것이 내가 쓸모없어서는 아니다. 우리는 그저 달랐을 수도 있고, 각자의 여건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금 연애가 힘들다면, 서로 소통을 해보고, 그럼에도 안 된다면 끊어내도 된다. 설령 그게 내 진심을 다 보여준 사람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상대도 당연히 이런 선택권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연애가 끝난 건 그냥 누군가 그 선택권을 행사한 것 뿐이었다.
애착유형을 검사하는 건, 단지 내 연애를 점검해줄 수단일 뿐이다. 여기에 매여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규정하거나, 연애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문제를 직면했으니, 이제 벗어나면 된다. 다음 연애는, 내가 나일 수 있는 연애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