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머문 마음 하나

여수 예술랜드

by 우먼파워

여수 바다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깊고 푸른 바다 앞에 서면, 그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그 바다를 조금 특별하게, 조금 더 가까이 느끼고 싶었다. 걷고 머물고, 바라보며 바다를 품은 여수를 더 깊이 알아가고 싶었다. 그 생각으로 우리는 이미 예술랜드를 들어서고 있었다.


입구에서 할인쿠폰을 이용해 티켓을 예매하고자 했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1,100원씩 할인을 받을 수 있었기에 키오스크로 가려는 남편을 말리고 자리에 앉았다. 링크를 따라 앱을 설치하고, 인증하고, 결제를 시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계속해서 마지막 단계에서 막혔다. 몇 번이고 다시 반복했지만 결국 실패였다. 괜찮은 척했지만 내내 속이 상했다. 결국 이십여 분만에 키오스크 앞으로 갔고 말없이 표를 끊었다. 뒤통수가 싸해지며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급변하는 세상에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할 것은 부지기수인데 점점 뒤처지는 것만 같았다. 속도에 밀리고 정보에 늦고 실행에 뒤처지며 새로운 세계의 겉돌이가 되어간다는 사실이 낯설고 답답했다. 그 불편한 감정을 안고 입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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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찜한 기분과는 달리 입구에서 마주한 미디어 터널은 내 기분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너무도 환상적이었다. 빛이 흐르고, 색이 춤추며, 마치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듯했다. 잠시 전까지의 씁쓸한 감정이 찬란한 빛 속에서 서서히 흐려져 갔다.


터널 끝에 닿자, 시야가 확 트이며 잉크 빛 바다가 펼쳐졌다. 인공터널을 지나 자연 앞에 선 순간 말로 다할 수 없는 흥분이 마음을 흔들었다. 수평선 너머의 풍경은 파도 속에 감춰진 이야기처럼 잔향을 남기고 있었다.

그곳의 볼거리들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호기심과 설렘을 깨웠다. 짚라인과 공중그네, 이름만 들어도 아찔할 것 같은 이 놀이기구들은 한눈에 시선을 끌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사람들과 바람에 실린 비명 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뛰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스릴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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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공원을 거닐며, 자연과 어우러진 다양한 작품들을 만났다. 작품 하나하나가 가진 표정과 색감, 형태와 질감은 나를 사로잡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마이다스의 손’이었다.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게 했다는 전설 속 마이다스왕의 손이, 바다를 향해 거대하게 뻗어 있었다. 바다와 하늘을 배경 삼아 우뚝 솟은 모습은 비현실적이었지만 웅장했다.


손 위에 올라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길게 줄이 이어졌고 우리도 그 끝에 섰다. 이십여 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바다 위로 아찔하게 솟아 있는 손 위에 오르려니 그 높이에 숨이 턱 막혔다. 높이에 압도되어 계단을 오를수록 발끝이 간질간질해지며 어지러웠다. 조심스레 올라가 바다와 하늘을 등지고 겨우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정작 바다의 아름다움은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떨어질까 두려워 서둘러 내려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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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해도 해결이 안되고, 온몸이 지쳐 아플 때면,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하지만 마이다스의 손 위에 오르며 나는 내 안에 숨겨진 진짜 마음을 마주했다. 무서워 잔뜩 움츠린 나 자신을 보며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삶에 애착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끔 죽음을 떠올리면서도, 정작 위험 앞에선 살고 싶다는 본능이 먼저 올라왔다. 그 사실이 어이없어, 저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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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설렘, 서툰 자기 인식과 조바심, 삶에 대한 애착이 뒤섞이며 하나의 풍경으로 남았다. 나는 그 순간들을 마음에 담고, 살아있음을, 사랑하고 있음을, 그리고 앞으로 마주할 모든 순간에 조금 더 담대하게 나아갈 힘을 얻었다. 그렇게 우리는 여수에서, 바다와 예술이 엮어낸 마음의 흔적 하나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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