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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퇴사 준비생의 상담일지(2)

by Hana

《기다리던 심리검사 결과》


오늘은 심리검사 결과지를 같이 확인해보는 시간이었어요. 처음 상담 목적으로 TCI(성격기질검사)에 대한 결과를 알고 싶다고 써서 정말 그것만 원하냐고 물어보셨어요. 테스트하고 바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결과 해석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사실 상담을 시작했을 때는 내가 왜 이걸 필요로 하는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저 TCI검사에 대한 호기심이 컸고, 내 성격과 기질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죠. 이전에도 몇 번 심리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었지만, 큰 의미를 느끼지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달랐어요.

무튼 오래 기다린 시간이었기에 기대를 많이했어요. 그렇지만 결과는? 그래요, 반은 이미 아는 이야기, 반은 알고 있지만 인정하기 싫었던 내 모습이 있었어요. 때로는 누군가가 나에 대해 객관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의존적인 나, 독립이 두려운 나》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독립보다 의존이 높게 나온 사실이었어요. 혼자가 되면 외로울 거라고 걱정하는 문장검사지에서도 '독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왜 그럴까?

어린 아이처럼 아직도 누군가에게 무언가 확인받고 싶고 검사받고 싶은 모습이 있는 건지, 대학 졸업 후 부모님 권유로 시작했던 첫 직장이 영향을 미친건지, 잠깐 자취를 했을 때 낯선 곳에 혼자 보냈던 시간 때문인지…

상담 중에 그림검사나 문장완성검사를 했을 때도, 계속 '상담사님이 내 그림을 어떻게 해석할까?' '이런 답변을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했던 자신이 떠올랐어요. 그런 면에서도 나의 의존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것 같았어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에는 명과 암이 있다고 생각해요.

가족과 지내면서 정서적 안정과 화목한 관계와 시간을 얻었고 그만큼 자립, 독립의 필요성과 자생력을 갖출 기회는 잃었어요. 그렇지만 계속 이대로 지낼 수는 없죠. 내 삶의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이니까요. 의존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제는 조금씩 독립의 가치를 배워나가야 할 것 같아요.

《틀에서 벗어나 경험하기》

오늘도 친구와 한 이야기 중에, "편견을 버리고 내 안의 틀을 깨는 경험을 직접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우리의 인생은 짧고, 생각보다 그 경험이 좋은 방향으로 나를 데려다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나는 2년마다 직업을 바꿔왔어요. 병원 원무행정, 해외영업, 카페 창업, 공인중개사, 부동산 학원, 그리고 현재 교육 일까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고 시작했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면 또 새로운 것을 갈망했죠. 끝없는 성장욕구와 호기심 때문에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했어요.

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라는 책 제목처럼, 관성으로 실천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체험을 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어요. 이제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내가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보다 '이 경험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자신을 믿는 힘》

그래도 희망적인건 나는 자아존중감이 건강한 사람이었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나 자신을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런 긍정적인 자기 신뢰는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만큼 뭐든 그냥 하면 될 일이에요.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 따로 있는게 아닙니다. 그냥 오래 꾸준히 한 사람들만 결국에 남더라구요. 이제 서른 중반에서 인생의 특별한 치트키가 없다는 걸 체득했으니까요.

상담사님이 내 이력을 쭉 훑어보면서 "끊임없이 성장하려는 욕구가 있네요"라고 말했을 때, 그동안 스스로를 불안정하다고만 생각했던 제가 조금 다른 시각으로 자신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실패가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재해석할 수 있게 된 거죠.

《체력으로 보완하기》

금방 지치고 인내력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루틴과 함께 체력을 길러 보완하기로 결심했어요. 꾸준히 할 수 있는 에너지는 몸에서부터 나온다는 걸 믿기로 했거든요.

지금까지는 열정과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는 패턴이 반복되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작은 일부터 꾸준히 해나가는 습관을 들이려고 해요. 매일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에 한 번은 명상의 시간을 가지며 내 마음과 몸의 상태를 점검하기로 했어요.

그밖에 나를 돌아볼 시간이 되었고, 이제는 인정하고 그냥 하자고 다짐했어요! 나의 모든 면을 받아들이고, 강점은 더 키우고 약점은 보완해나가면서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상담을 통해 더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행동으로 옮길 차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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