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몸이 움직이면 마음은 따라온다"는 말은 진화론적 관점에서도 타당하다. 신체 이동 능력은 동물과 식물을 구분 짓는 핵심 특징이며, 이를 위해 근육과 신경계가 발달했다. 뇌는 바로 이 신경계를 더욱 효율적으로 발달시킨 집적회로인 셈.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마음은 뇌 회로에서 신체성을 생략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즉, 뇌의 입장에서 신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모든 것을 의존하는 기능적 토대이자 중요한 파트너인 것이다.
초기 생물체의 뇌는 먹이가 있으면 접근하고 독이 있으면 피하는 등 생존에 필수적인 반사 행동을 담당했다. 이처럼 뇌는 처음부터 신체감각(입력)과 신체운동(출력)을 처리하는 데 특화되어 발달했다. 따라서 인간의 심리작용 대부분도 신체성을 기반으로 한다고 봐야 한다.
"매력적인 사람이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간다"는 표현도 실제로는 신체적 반응이 먼저 일어나고, 우리가 나중에 그 감정에 '매력적'이라는 언어적 딱지를 붙인 것이다. 뇌에서 나오는 표현의 대부분은 신체와 행동이 외적, 내적으로 언어화된 결과물이다. 뇌의 탄생이 언어의 탄생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에, 언어로 표현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유명한 무한도전 밈 중에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명언이 단순한 위로가 아닌 과학적 사실이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미소와 비슷한 표정을 지으면 도파민계 신경 세포 활동이 실제로 변화한다. 이는 '안면 피드백' 효과로 불리는데, 얼굴 표정이 본인의 정신과 신체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표정뿐만 아니라 자세도 마찬가지로, 바른 자세가 자신감을 만들어낸다.
현대인은 손으로 숫자를 세지 않고 암산을 하는 등 신체를 생략하는 행위에 익숙해져 신체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머릿속에서만 해결하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지만, 뇌는 원래 몸과 함께 기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손으로 쓰고, 소리 내어 읽고, 장난감을 갖고 노는 활동적인 체험이 이후의 뇌 기능에 강한 영향을 준다. 그래서 아이들이 정글짐에서 노는 것을 "위험하다"거나 "더럽다"며 막는 것은 뇌의 본질과 어긋나는 행위다.
결국 정신과 신체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마음은 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체와 환경에 흩어져 있다. 평소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신체와 환경의 지배를 받는지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고, 신체성에 대한 논의 없이는 인간의 행동심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
뇌는 입력보다 출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뇌는 출력을 통해 기억하기 때문에, 정보가 얼마나 자주 들어왔느냐가 아니라 그 정보를 얼마나 필요한 상황에서 사용했는지를 기준으로 선택한다.
미소의 효과도 마찬가지다. 즐거워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즐거운 것이다. 미소라는 표정을 출력함으로써 그 행동 결과에 맞는 심리 상태를 만들어낸다.
졸음도 마찬가지다. 졸리니까 자는 게 아니라 잘 시간이 됐으니까 잠을 청하는 것이다. 잠이 오게 하려면 몸을 이용하면 된다. 침대에 누워 불을 끄고 이불을 덮으면 자연스럽게 잠이 밀려온다. 몸을 잠들기 좋은 상황에 두니까 졸리는 것이다. 몸이 먼저고 졸음은 나중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의욕도 마찬가지다. 시작하고 나서 의욕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 뇌가 출력을 중시하도록 설계된 이상, 뇌보다 신체를 더 우위에 두어야 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로마 시대의 격언이 있지만, 프로이트 등이 정신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바람에 현재는 신체보다 뇌를 더 우위에 두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은 신체에서 파생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실제로 신체운동을 동반하면 뉴런이 10배나 강하게 활동한다.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적극적으로 배우러 가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하나 덧붙여서, 창의성을 위한 빈둥거림의 필요성도 기억할만 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숙성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빈둥거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는 뇌가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연결점을 찾는 시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뇌와 신체, 그리고 마음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해줘서 일상에서 바로 적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