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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리더의 덕목> 리뷰

by Hana

요즘 리더십은 뭐가 달라야 할까? 나는 그 질문을, 예상 밖의 불편함에서 시작하게 됐다.

2주 전, 내가 처음으로 팀원을 맡게 되었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사회생활은 더 빠르게 시작했고, 연차와 연봉도 비슷한 사람. 콘텐츠 제작 경력도 더 많았다. 당연히, 배워야 할 입장은 나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내가 왜 이 사람 앞에서 자꾸 마음이 불편했을까?

그 질문에 대한 힌트를, 김호 코치님의 북토크에서 얻었다. 지난번 <리더의 질문법> 워크숍 이후 알게 된 책이 정식 출간되어 최인아 책방에서 열린 북토크에 참여했다. 에드거 샤인, 조직심리학의 대가이자 기업문화의 아버지. 전쟁포로 송환작전이라는 극한의 현장을 경험하며 ‘리더십은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실용 철학을 가진 사람. 그의 철학은 아들 피터 샤인과 함께 쓴 이번 책에도 담겨 있다.

나 역시 현장을 경험하며 생각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고객의 소리'라는 말이 그저 이론처럼 들렸다. 그런데 최근 CS 업무를 겪으며, 진짜 느꼈다. 내가 하는 일이 고객과 닿아있다는 사실. 그래서 단지 이론을 쌓는 게 아니라, 글을 쓰고 질문을 던지는 아웃풋 자체가 중요하다는 걸. 회피하지 말고, 직시하자는 감각이 생겼다.

북토크 중에 관계지도를 그리는 실습이 있었다. 관계의 거리와 세기를 시각화하는 것. 그 과정에서 'Level 2의 관계를 만들고 싶은 사람'으로 그 팀원이 떠올랐다. 단지 업무 관계를 넘어, 상호 이해와 도움 요청이 가능한 관계. 다행히 상사는 아니고, 나보다 어린 친구라 그런 관계로 나아가기가 어렵지 않을 거라는 희망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났다. 북토크 전날, 둘이 회의실에 처음 있게 된 시간. 내가 뜬금없이 “요새 고민은 없어요?”라고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못했고, 나는 그 상황을 그냥 지나쳤다. 돌이켜보면, 관계가 쌓이기 전 훅 들어간 내 질문이 어색했던 것. 겸손한 질문을 하기 전에, 겸손한 관계부터 만들어야 했던 거다.

Q&A 시간에 나온 인상 깊은 말이 있다. “나의 섣부른 판단이 아닌가?”라는 물음. 그리고 “What else is going on?”

샤인의 철학은 그랬다. 리더십은 명령이 아니라, 관계에서 나온다. 내가 다 안다고 믿지 말고, 내가 놓친 게 있는지 다시 물어보는 태도. 리액션이 아닌 액션을 해야 한다는 것. 감정적 반응이 아닌, 선택 가능한 판단으로 한 번 더 나아가는 것.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말. “사람인가, 상황인가.” 사람을 바꾸기는 어렵다. 상황을 바꾸는 게 더 빠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남을 험담하는 상사에게 웃음으로 넘기면 동조로 받아들여진다. 그럴 때는 “A의 장점은 뭘까요?”라는 질문으로 상황을 전환하라는 것이다. 질문이 곧 태도가 된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나는 여전히 취약한 부분이 많다. 관계 앞에서, 질문 앞에서, 부탁 앞에서. 하지만 이번 북토크는 잊고 지낸 열정의 불씨를 다시 살펴보게 해줬다. 리더십이란, 결국 '리더쉼'—질문을 통해 서로 숨 쉴 틈을 주는 관계. 나는 그 관계를 향해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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