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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reboot

by Hana

나는 왜 그렇게 배우기 좋아했을까? 강연 중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배움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말과 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였다. 내가 하고자 하고, 가려는 길이 맞는지 확신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 그래서 끝없이도 밖에서 정답을 찾아 헤맸다. 뭔가 시간과 에너지를 손해보면서 가기는 싫고, 그렇다고 앞장 설 베짱은 없고.. 그렇게 돌다리 두드리다가 끝날뻔 했던 인생이 한 친구의 응원으로 180도 달라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라 나보다 나를 메타인지 잘하는 자칭 타칭 오지랖 엔프제 친구. ‘그녀가 너나 50만 유튜버나 하등 다를게 없다구! 나는 너도 똑같이 배울게 많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이건 진짜 진심이야.’ 나를 믿어주는 응원의 한마디가 굽어있던 내 어깨를 펴게 만들었다. 그렇지 나 괜찮은 사람이지. 나를 먼저 친절하게 대해줘야 하는데 인색했다. 한번 뿐인 인생이지만 서른 중반이 되니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 사실. 머리가 크면서 앞뒤 상황 재느라 시작도 쉽지 않았던 지난 날. 그럼에도 옆에서 긁는 날도 있지만 어떨 땐 서로 N적인 상상력에 가슴 뛰며 설레던 순간까지 모두 소중했다. 그렇다. 난 남한테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처럼 나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그리고 유한한 시간에서 나의 심지를 밝혀 태울 방법을 찾아 불을 밝혀보자. 더이상 글 수정을 남의 지피티에 맡기지 않으려고 한다. 나만의 감각이 오롯이 깨어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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