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전시라고 하면 흔히 미디어아트를 떠올리지만, 이번 경험은 정말 **오감(五感)**을 다 쓰는 전시였다.
사전에 “정보를 많이 찾지 말라”는 경고성 리뷰를 본 뒤 일부러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았다. 정말 몰입을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눈치가 없는 건지 끝까지 다 알진 못했지만. 게다가 8월까지 마감이라 그런지 주말 예약 가능한 시간대도 많지 않았다.
전시는 완전한 암흑 속에서 1시간 넘게 진행됐다. 북촌에서도 조금 더 들어가야 하는 위치였고, 알고 보니 건물 자체를 전시장으로 통째로 쓰고 있었다. 내부 조명은 물론 아날로그 시계조차 반입이 금지였다. 한 타임에 최대 8명이 함께 입장하는데, 대부분 커플 단위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지팡이와 로드마스터의 목소리만이 의지가 되었다.
로드마스터는 말 그대로 길잡이였다. 우리에게 팀 이름을 짓게 하고, 서로를 소개시키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풀어주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순발력 있게 대응하고, 재치 있는 말로 웃음을 주는 센스가 돋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각을 잃은 채 다른 감각에 집중하게 됐다. 처음엔 두려움과 불안이 컸지만 점차 어둠에 익숙해졌다. 눈을 뜨고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볼 대상을 찾는다고 해서, 나중엔 아예 눈을 감고 다니기도 했다.
배를 타는 장면에서는 물이 튀기고, 물건 맞추기 게임에서는 손끝의 감각을, 대청마루에 누워서는 청각을, 그리고 카페에서는 미각을 느꼈다. (블라인드 테스트로 콜라를 구분하는 소소한 체험도 꽤 재미있었다)
마지막에 로드마스터가 직접 기획 의도와 취지를 설명해주는데… 그 순간 소름이 돋았다. 왜 사전에 후기를 보지 말라는 경고가 있었는지 뒤늦게 이해하게 되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내가 제일 먼저 물어본 건 이것이었다.
“특수 안경 같은 장비를 쓰신 건가요?”
어둠 속에서도 너무 자연스럽게 리드하셔서, 무언가 특별한 장비가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답은 달랐다. 그는 시각장애인이었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아마 살아가던 중 시력을 잃고 어둠 속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어둠에 차츰 적응해왔을 것이다.
그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90분을 보냈다. 처음엔 무섭고 답답했지만, 그는 그 어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우리를 안내할 수 있었다. 반대로 전시가 아닌 일반 사회생활에서는 분명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불편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공간이 바뀌는 순간, 약점은 강점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시각장애 같은 특정한 장애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각자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건 ‘약점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 약점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하는가’다.
로드마스터는 어둠 속에서 더 예민하게 들을 수 있는 귀로 공간과 사람을 구분하는 감각을 가진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평소에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불편함을 잠시나마 체험했고, 그 속에서 함께 소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안내 속에서, 스스로의 관점을 전환하는 경험을 했다.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시선을 바꾸게 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