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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PLERS Feb 22. 2022

SUSHI SUPERMARKET

TAKE SUSHI EASY

성수동에 스시 슈퍼마켓이라는 그랩 앤 고 스시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이 매장 참 사연이 깁니다. 원래 이 매장은 2019년도에 도넛 집을 하려고 매장을 얻었습니다. 노티드가 뜨기 전인데 'Filled'라는 이름으로 도넛 사이에 과일이던 크림이던 뭐던 꽉 채워주는 콘셉트로 성수동 오는 사람들이 밥은 다른 곳에서 먹어도 도넛 한 박스씩 사고 가게 만들자는 게 목표였습니다. 디저트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 같아서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디저트 중에 초기 투자 비용이 적고 기술 수준이 높지 않으며 원가 대비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게 도넛이라고 생각했거든요. LA의 딸기를 가득 넣어주는 도넛 매장을 유튜브로 보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코로나가 터졌고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새로운 매장을 오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월세만 내면서 2년을 버텼습니다. 그 사이에 도넛은 엄청난 아이템이 되었고 어려움이 계속되니 저희는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면서 과연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도넛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고 도넛보다 쉽게 브리오슈 번을 받아서 우유맛이 물씬 나는 크림을 가득 채워서 주는 빵집을 하려고 하다가(이런 콘셉트도 지금 인기죠. 스벅에서 이마트24에 출시할 정도로...) 것 보다 베이글과 샤퀴테리를 붙여서 베이글 샌드위치와 그로서리를 하는 매장을 해보려고 이래저래 기획도 하고 했습니다. 


뭘 할지도 모르겠고, 한다고 잘 될 자신감도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가 그랩 앤 고 스시집 입니다. 윤경 셰프가 스시선수 경력이 있어서 메뉴 개발은 걱정 없고 윤경에서 생선도 많이 쓰고 있으니 다른 아이템보다 좀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스시 선호에 대한 트렌드는 읽고 있었고 성수동이기에 그랩 앤 고 형태의 매장을 실험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거기에 더해 우리 직원들 모두가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데 그랩 앤 고 매장을 만들어 잘 풀리면 원하는 친구는 이곳에서 일하며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거의 2년 가까이 놀고 있던 매장에 드디어 불을 켜고 이름을 붙이고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고 있습니다. 그랩 앤 고 형태의 매장이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있고 다 못 팔아서 매일 저녁 스시 먹느라 살이 찌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답을 찾고 멋지게 성업하는 매장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썼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안함이 있네요. 종종 써야겠습니다. 아무튼 스시 슈퍼마켓 많이 와주세요.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ushi.super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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